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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어디에 뒀더라?

이 정도면 병원 가봐야 하나요?

by 조이홍

점심식사할 시간도 없이 바쁜 오후를 보냈습니다.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제 손으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입니다. 어찌나 말을 많이 했는지 목소리가 변성기를 맞이한 중학생 때로 돌아간 듯합니다. 한바탕 난리굿이 끝나고 모처럼 한가해진 틈을 타 주린 배를 좀 채워야겠다 싶습니다. 거래처 몇 곳에서 전화받을 일이 있었지만 편리한 디지털 세상이니 어디에 있든 아무 문제 될 것도 없습니다.


요즘 한창 뉴요커들에게 인기라는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이 좀 과하다 싶었지만 인스타그램을 장식하는 핫한 녀석이 궁금해 참을 수 있었야지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브런치 동료 작가님들의 글을 읽습니다. 건성으로 읽을 때도 가끔 있지만, 오래도록 봐 온 작가님들 글은 찬찬히, 한 자 한 자 읽으려 노력합니다. 오랜만에 올라온 OO 작가님의 글을 반가워하며 읽는데 문득 '어, 왜 XXX에서 전화가 아직 안 오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내가 스마트폰을 안 들고 왔나, 어디에 뒀지?'라는 불길한 생각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거푸 딸려 나옵니다. 아주 잠깐 숨 막히는 긴장감, 그리고 3초 후 읽고 있는 브런치 화면이 스마트폰 액정임을 깨닫습니다. '아, 나 어디 아픈가?'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상행 버튼을 눌러 부르질 않나, 양말을 짝짝이로 신지 않나. 요즘 제 뇌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쩌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 마음이 자꾸 혼자 앞서가려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걸로는 부족한 걸까요?


마침 수영씬에서 '슈퍼발차기'로 활동하는 아내가 12월에 분당 율동공원 근처에 있는 '갤러리AN'에서 진행되는 '아트 나눔 전시회'에 참여합니다. 수영에 진심인 아내가 '참 수영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3부작으로 완성했다는데 아직 저도 세 작품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중 한 작품인 '나이-테'만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렸더랬습니다. 진심과 전력을 다해 그린 아내 작품에서 좋은 기운도 받고 머리도 좀 식혀야겠습니다. 분당 인근에 사는, 저처럼 가끔 정신줄 놓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트 나눔 전시회에 작품 감상하러 오세요. 기계처럼 일만 하며 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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