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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an 06. 2020

2020 패밀리 챌린지

조금 다른 새해 계획 세우기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우르르 몰려가 새해 첫 일출을 직관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우리 가족은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브런치로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역시 엄마가 해 주는 만둣국이 최고라는 큐의 칭찬에 아침부터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식사 후 새해 계획을 세웠다.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루틴 중 하나였다. 적게는 대여섯 개에서 많게는 열 개 정도의 항목으로 계획은 완성되었다. 솔직히 매 해 계획은 비슷했다. 주로 운동, 다이어트, 독서 등이 단골 목록이었다.  


  결혼하고 준, 큐 형제가 생긴 후로는 몇 가지 항목이 추가되었다. 아이들 책 읽어 주기, 놀아 주기, 여행 (캠핑) 가기, 혼내지 않기 같은 것들이었다. 쭉 써 놓고 보면 흐뭇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계획 따위는 까맣게 잊게 되었다. 물론 그런 노력들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해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 언제나 끝이 났다. 게다가 아직 어린 준, 큐 형제의 새해 계획 역시 스스로 세우기보다는 엄마와 아빠의 의지만 강력히 투영된 만큼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마무리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올해부터 새해 계획 세우는 방법을 좀 바꿔 보기로 했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의 목표관리 기법인 "SMART"를 우리 가족 새해 계획에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SMART는 아래와 같은 의미이다.  


  Specific (구체적인)

  Measurable (측정 가능한)

  Achievable (달성 가능한)

  Realistic (현실에 기반한)

  Timed (마감 기한이 있는)


  사실 회사에서도 매년 SMART 목표관리 기법으로 개인 목표, 팀 목표, 회사 목표를 세우고 측정한다.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원래 취지대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공정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집에서는 적용하기 그만일 것 같았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2020 패밀리 챌린지"이다. 스스로가 자신이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하고 점수를 매겨 두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적게라도 엄마, 아빠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아빠 

  * 브런치 글쓰기 : 80편 이상 (5점), 70편 이상 (4점), 60편 이상 (3점) 

  * 자전거 국토 종주 : 종주 성공 (5점), 일부 진행 (3점) 

  * 체중 감량 : 5kg 이상 (5점), 5kg 미만 (3점)


  엄마 

  * 작품(그림) 완성하기  : 13점 이상 (10점), 10~12점 (8점), 10점 미만 (6점)

  * 수영 기록 줄이기 (5개 종목) : 1개 종목당 달성 시 2점씩  

  * 체중 감량 : 40kg대 진입 (5점), 현재 유지 (3점)


   

  * 지정도서 읽기 및 독후감 쓰기 : 30권 이상 (5점), 30권 미만 (4점) 

  * 제주도 자전거 종주 : 성공 (5점) 

  * 학급회장 및 과목 부장 도전 : 도전 및 성공 (5점), 도전 (3점)


   

  * 지정도서 읽기 및 독후감 쓰기 : 80권 이상 (5점), 80권 미만 (4점)  

  * 겨울방학 계획표 달성 : 90% 이상 달성 (5점), 81% ~ 90% 달성 (4점), 80% 미만 달성 (3점) 

  * 4학년 성적표 : 잘함 90% 이상 (5점), 잘함 80% 이상 (4점)


  각자가 목표한 바를 모두 달성하면 30점이 된다. 그리고 점수에 따라 등수를 매겨 상금도 수여한다. 1등은 30만 원, 2등은 10만 원, 3등은 5만 원, 4등은 1만 원이다. 준&큐 형제가 더욱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아이들도 각자 5만 원씩 내기로 했다. 엄마와 아빠가 나머지 금액을 반반씩 낸다. 그렇게 46만 원을 펀딩해 12월 31일에 등수를 발표하고, 상금을 나눠 갖는 것이다. 패밀리 챌린지로 받은 상금은 전적으로 수상자의 의지에 따라 쓰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동점일 경우에는 나이가 적은 사람이 우승하기로 했다. 큐는 자기가 1등에 유력하다고 마지막 규칙을 엄청 좋아했다. 과연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2020 패밀리 챌린지는 출력해 거실 한 곳에 붙여 두었다. 언제라도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열정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부디 이 관심과 노력이 12월 31일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조금은 다른 새해 계획이 올 한 해를 더욱 알차게 보내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즐겁고 의미 있는 2020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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