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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Mar 17. 2020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청소년 도서들

슬기로운 방학생활

  코로나 19로 아이들의 개학이 다시 한번 연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잘된 일이다 싶다. 모든 부모가 개학 연기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원치 않는 (?) 방학이 계속되면서 준&규 형제의 방학 숙제도 조금씩 늘어갔다. 엄마, 아빠와 동네 뒷산 산책하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외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숙제(공부)밖에 없었다. 물론 준&규 형제의 방학 숙제란 내가 그 시절 개학 전날 늦은 밤까지 전전긍긍하며 문제도 읽지 않고 빈칸을 채우거나 조악하지만 무엇이라도 만들어야 했던 '탐구생활' 같은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해야 할 숙제는 책 읽기와 독서감상문(세 줄 독서록) 쓰기였다. 


  나도 나름 책부심이 있었지만 아이들 도서는 주로 아내가 담당했다. 도서 구입부터 대여까지 아내는 정말 열심히 책을 실어 날랐다. 누가 봐도 책 보부상이었다. 양 어깨에 책을 가득 메고 들어오는 날이면 도대체 그렇게 여리여리한 몸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들고 왔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그 비밀은 하체에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언제나 원하는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명령으로 중학생이 된 준을 위해 독서 리스트를 만들게 되었다. '청소년 도서' 중에 엄마들이 많이 권장하는 책들을 독서 관련 카페에서 찾아보았다. 입시와 관련된 필수 도서 정보도 참고했다. 정말 많은 추천 도서들이 있었다. 모든 책을 직접 다 읽어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집단 지성의 힘을 활용해 아래와 같이 준의 1년 치 독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준의 겨울 방학 숙제는 이 리스트 중에서 네 권만 읽으면 되었다. 그런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읽어야 하는 책도 한두 권씩 점차 늘어나게 된 것이다.  

<준의 2020년 독서 리스트>

  준이 읽어야 하는 책은 내가 먼저 읽었다. 책을 읽은 후 함께 독후활동을 할 때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말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독서 리스트에는 없던 <불량한 자전거 여행>, <손도끼>, <우주로 가는 계단>, <내 이름은 망고>, <방관자>, <아몬드> 그리고 <몽실 언니> 같은 청소년 도서를 읽게 되었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되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소재도 다양했다. 자전거로 국토 종단을 하는가 하면, 무인도 같은 캐나다의 삼림 속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갑자기 관광 가이드 노릇을 해야 하는 아이의 이야기도 있었고, '알렉시티미아'라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겪고 있는 아이의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인 청소년 폭력과 '왕따'문제, 모두가 가난하고 배고픈, 그렇지만 그리운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청소년 도서를 읽으면서 한 가지 반성하게 된 것이 있다면 세상일을 언제나 어른들의 눈으로만 보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말로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언제나 어른의 입장만을 강요해 왔다. 마치 세상일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이 어른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으므로 새로운 시각, 아이들의 입장도 염두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행동으로 옮기게 될지는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네 삶의 문제란 것들이 늘 '일방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숙제만 해서는 준&규 형제를 가만히 잡아 둘 수가 없다. 그 넘치는 에너지를 제어할 힘은 이미 아내도 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요즘 우리 가족은 밤이면 함께 영화를 본다. <무한도전> 다시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평소에는 준&규 형제에게 허락하지 않던 과자와 음료도 제공해 준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 정도의 호사쯤은 누려도 좋을 성싶다. 방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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