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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AI 때문에 난리법석

취업시장에서 AI에 대해 배운 것들

by 최현숙

작년부터인가 직장에서 AI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회사 내부용 ChatGPT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말 잘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ChatGPT에게 문서작성이나 브레인스토밍을 시켰다. 프로덕트 조직 리더들은 외부에서 AI 전문가를 데려와 AI관련 트레이닝을 해주었고, AI로 생산성이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로세스나 워크플로를 정의하는 워크숍을 주도했다. 물론 AI/ML을 통해 우리 회사의 제품 가치를 올리는 부서들이 엄청난 투자를 받으며 늘어났지만 우선은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는 일이 중요했다. 다시 말해 AI 인프라와 마인드셋을 정립하는 게 주요 목표였다.


올 2월에 정리해고가 되어 취업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그로 인해 AI업계의 흐름과 미국의 High Tech기업들의 AI 활용도를 체감하게 되었다. 작년에 내가 느꼈던 AI에 대한 체감도가 뜨뜬 미지근했다면 올해는 완전히 뜨겁다. 너무 뜨거워 화상이 날 정도이다. 하루가 다르게 AI 기술이 발전하고 하드웨어, AI 모델, AI 제품들까지 시장의 크기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요즘 한국시장도 AI Agents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오늘 아침, Maven이라는 재교육 영리 단체에서 제공하는 세미나에 줌으로 참여했다. 주제는 비개발자들이 어떻게 AI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지 (Lead AI Projects Without Technical Skills)였다. 업계의 흐름을 짚어주며, AI 프로젝트를 선정할 수 있는 방법과 툴을 소개하는 세미나였다. Lauren Vriens라는 투자자가 자기 수업의 개요를 설명하고 결국 920불짜리 수업을 세련되게 광고하는 자리였다.


Perplexity라는 리서치를 잘해주는 AI툴에 물어보니 미국에 이런 AI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단체나 대학들이 수백 개는 있다고 한다. 한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 Bootcamps들이 취업생들에게 크게 유행했다면 이제는 무조건 AI라는 이름을 달아야 사람들이 모인다. 산업혁명이나 2000년 초 닷컴시기보다 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하니 AI순풍을 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AI열풍이 불면서 하이테크 기업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덕트 매니저,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역할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새로운 제품이나 워크플로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고객의 고충이나 문제를 파악해서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업하여 프로토타입 (Prototype)을 만든 후 리더들에게 설명해야, 개발의 여부가 결정 나곤 했다. 보통 프로토타입을 만들려면 족히 몇 주나 몇 달이 소요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AI툴로 하루나 이틀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코딩 속도도 AI를 통해 절감되고 있으니,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니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보다는, 어떤 분야를 잘 알고 고객들의 고충이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ChatGPT에서 알려주는 피상적인 지식이 아닌, 직접적인 체험에서 나오는 감각과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다 AI툴을 입히면 누구나 AI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툴은 배우면 되는 것이고, 모든 게 다 훈련이다. AI 개발자가 아닌 이상, AI 모델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알 필요도 없으며, AI로 솔루션을 생각하고 나서 문제를 쇼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지화 (Localization) 사업 분야는 내가 꽤 잘 알고 있는 분야이다. 미국에서 통번역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번역회사에 취업이 됐고, 그 경험을 계기로 오토데스크 현지화 사업팀에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10년을 일했다. 현지화사업은 하이테크 기업에서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될 부서이다. 2008년 내가 오토데스크 현지화 팀에 취업했을 때 200명 정도의 직원이 있었지만 내가 떠날 때는 40여 명으로 인원이 현격히 줄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해외 공략에 없어서는 안 될 분야이므로 직원수는 줄어들 망정 아예 없앨 수는 없는 부서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국어과가 올해부터 없어진다고 했다. AI로 인해 사실상 통번역이라는 분야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현지화 사업에서 AI의 타격은 번역 비용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 기계번역이 도입했을 때 번역가들의 반박은 거셌다. 자신들의 밥줄이 줄어든다는 데 누가 업계의 흐름을 반기겠는가? 그러나 기계번역이 당연시된 것은 어제 일이고 번역가들은 이제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거나 첨삭하는 일을 한다. 번역시간도 번역료도 많이 줄었다. 고객들이 쓰는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새로운 텍스트가 필요하면 개발자 툴에서 그 텍스트가 자동적으로 추출되어 로컬레이션 환경으로 넘어간다. 소프트웨어가 번역된 후 테스팅 과정에서도 많은 프로세스들이 자동화되고 있다. 어떤 사업분야에서건 AI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전폭적으로 제공한다.


우리의 일상과 일터에 깊숙이 다가온 AI,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이 순풍을 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함을 이 순풍을 타니 내 삶이 더 흥미로워진다로 전환하면 어떨까? Loveable이라는 툴은 개발 경력이 없이도 프롬프팅 (Prompting)으로 프로토타입 (Prototype)을 쉽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오늘은 그 툴을 한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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