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요즘, 미국 경기와 실업률에 대한 뉴스를 볼 때면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타국가에 대한 폭력처럼 느껴지고, 그 폭력에 맞장구쳐주는 기업들도 한심해 보이고, 걱정스러운 실업률 뉴스도 남일 같지 않다. 연일 쏟아지는 AI관련 뉴스는 기업들의 무지막지한 투자와, 인력 쟁탈전,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 AI 전쟁에서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처절하게 들린다.
어제는 샌프란시스코가 AI 메카로 다시 뜨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1세대 하이테크 기업들이 산호제 지역의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했다면, OpenAI, Anthropic를 비롯한 수백여 개의 AI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에 모여 경쟁하고 있다. 코비드 이후에 주춤했던 샌프란시스코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라 반가운 소식이었다. AI인력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먹고 마시는 소비 활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경제 기회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다리를 하나 건너면 도착하는 곳이 버클리라는 도시이다. 그 유명한 University of California in Berkely (UC Berkely)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도 AI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만만치 않다. 합리주의와 이타주의 사상을 받아들여 AI가 공공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AI Rationalist Group이 버클리에서 가장 유명한 네트워킹 그룹이다. 그들은 AI가 가져다줄 수 있는 폐해와 리스크를 인정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AI업계와 정부단체들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Open AI의 CEO, Sam Altman은 AI가 드디어 버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닷컴이 버블시기를 거쳐 폭삭 망했다가 정리가 된 것처럼, AI시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상 초유의 부자들이 생길 것이고, 수많은 AI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세기의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 AI기술의 발전과 우려에 대한 뉴스가 미디어를 도배하는 이 불확실한 시점이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궁금해진다.
LinkedIn에 포스팅된 글들을 보면,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테크계 직장인들의 흐름이 역력히 보인다. 그중에는, 진정성 있게 AI에 대한 통찰력과 혁신사례를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자기 PR과 마케팅 같은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이 발 빠르게 AI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도모하려는 사람이라 가정해 볼 수도 있겠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한 희망과 포부에 가득 차 있을까? AI를 배우고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함이 더 크지 않을까?
테크기업들에 다니는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불안감과 회의감이 예전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공짜 음식, 무제한 휴가, 워라밸 같은 인간중심의 문화는 다 예전 일이다. 까라면 까라는 상명하달식 문화, 협동보다는 경쟁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더 만연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Quiet Cracking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확 다가왔다. 직원들의 사기와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번아웃 상태에 있는데, 문제는 취업시장의 악화로 퇴사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회사는 다니는데, 속은 이미 멘붕이 오고 정신적 고통이 심해진 상태.
어떻게 해서든 AI 파도를 타며 경쟁에서 버텨야 하는지, 옆에서 불구경하듯 3자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되는지, 그건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이미 AI로 몸값을 키운 사람들이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남의 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AI가 직장인과 전문가들에게 필수 능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장 내년에 판도가 정해지던,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리던, AI는 미래의 기술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에 대한 경쟁과 투자가 요동을 치는 세상,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삶의 중심이 흔들리기 쉽다. 이럴 때 특히 더, 뿌리가 든든한 나무처럼 중심을 잘 잡고 살아야 한다. AI든 뭐든, 단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 세상의 방식에 휘둘리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