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적인 관점으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AI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요? AI시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AI시대 생존할 직업군은 무엇인가요? 각종 미디어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질문이다. AI의 발전속도가 급상승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불안할 사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러한 질문에 영감과 실마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어, 그들의 생각의 저변에 흐르는 공통점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포센 로 교수가 소개한 How to be a creative thinker라는 강의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수학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는, 교수 이외에도 자신을 사회적 기업가라 소개했다. Live라는 온라인 수학교육 프로그램을 설립하고 중학생들에게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기업을 운영한다.
그는 수백여 개의 공원을 돌며, 동네 중학생들을 상대로 수학 강의를 하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이 혼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한계에 부딪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 즉흥 코미디 연기를 배웠던 자신의 경험이 떠 올랐고, 그 계기는 연기자들과의 협업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그가 코미디 연기를 배웠던 이유는 바로 자신의 소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였고, 수학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소통 능력까지 월등해지면, 그들과 세상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라 믿었다.
수년간의 실패와 재도전을 통해, 학생들의 수학과 소통능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낚으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수학과 코미디라, 연결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그러나 로 교수는 자신의 열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접근해 간다.
두 번째는, 블리자드, 필립 모리스, 구글, 넷플릭스 등 굵직한 기업에서 지사장 및 시니어 리더를 역임한 백영재 님의 세바시 강의였다. 그는 서울대, 예일대를 거친 인문학 박사 출신,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경계인"과 "Thick Data"라는 콘셉트를 들어 자신의 과거를 흥미롭게 설명하며 사람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자세와 실행방법을 제시한다.
그에게 경계인이란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문화와 사회를 심층적으로 연구했던 그가 처음으로 넘었던 경계는 컨설팅이었다. 그는 인문학이라는 관점과 실행방식이 고객 컨설팅에 독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갔고 서서히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해 갔다. 게임업계, 담배업계, 플랫폼, 엔터업계 등 다양한 업계를 경험하면서 그는 자신을 경계인이라 소개했다.
Thick Data는 인문학적인 접근 방식을 대표하는 콘셉트이다. Big Data는 트렌드는 보여주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묵묵부답, 해답은 Thick Data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돌려본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같이 생활하고, 관찰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피관찰자들의 원초적인 문제, 심층에 깔린 고충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통찰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최근에 “THICK data 씩 데이터: 빅 데이터도 모르는 인간의 숨은 욕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라는 새로운 경계를 넘어, 이미 화려한 경력에 또 한 줄을 긋는다. 물론,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도, 그 분야를 섭렵하고 이해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점점 쉬워졌다고 했다.
백영재 님과 로 교수의 삶이 시사하는 바는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꾸준히 구축해 나갔다는 것이다. 로 교수는 수학이라는, 백영재 님은 인류학이라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전문 분야가 있고,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실천하며 경계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갔다. 부모님이 짜준 계획,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나간다는 주인의식과 도전의식으로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세 번째는 메리 헬렌 이모디노양이라는 남가주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How Our Brain Learn"이라는 팟캐스트이다. 그녀가 소개하는 개념은 "초월적 사고"이다. 그들은 청소년들을 상대로 수없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학 공식 하나, 단어 하나 더 배우는 교육은 무용하며,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이란 "왜"에 대한 답을 찾으며, 나, 너, 그리고 세상을 연결시키는 사고의 힘을 가르치는 과정이라 했다.
훌륭한 선생님들은 수학 연산을 가르치기 전에, 일상생활에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배움에 대한 맥락을 이해시킨다고 말한다. 또한, 배움이 자신의 삶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배움은 공감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풀어야 할 문제들을 찾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열정과 능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에 공헌할 수 있고,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로 교수와 백영재 님의 이야기가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라면, 메리 헬렌의 이야기는 경계를 넘나들 때 필수적인 학습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의 전문분야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경계를 넘나 들었나?
앞으로 어떤 경계로 넘어서려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배우며, 그것을 왜 배우려고 하는가?
그 배움을 통해, 나는 지역사회와 세상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
로 교수는 우리 모두가 작은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나만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찾고, 지속가능하게 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수없이 고안해야 한다. 언니가 유튜브를 해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넘실거리는 AI 홍수시대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