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만이 살 길이다
연말을 신나게 놀고 나서 2026년 새해를 맞이하니, 슬슬 불안해진다. 작년 12월까지 했던 계약직 일거리도 끝나버렸다. 연장되길 바랐으나, 처음부터 5개월 계약으로 시작한 일이라 회사에 구시렁댈 수도 없었다.
작년 2월에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무엇보다 상사눈치, 업무 스트레스가 없어지면서, 그 자유로움에 설레었다. 몇 달을 놀다 운 좋게 일을 하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이 없었다. 이번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세차게 부는 바람을 혼자 막고 서 있는 기분이다. 회사라는 바람막이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제 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느낌,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렇게 내 커리어는 끝이 나는 걸까? 지난 1개월 정도 20여 통의 이력서를 냈으나 한건의 인터뷰를 빼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주변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잡마켓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나는 자꾸 주눅이 든다. 회사에서 옮겨 다니지 않았으면 별 탈 없이 지금껏 다니고 있을까? 이것저것 하다 보니, 경력이 애매해진 건 아닌가? 별별 후회가 들기도 했다. 아이가 중학생, 앞으로 들어갈 돈도 많을 텐데, 걱정이 앞서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계속 걸었다. 밤낮으로 오디오북, 팟캐스트를 들으며 동네로 산으로 걸어 다녔다. 몸이 뻐근하면 요가를 했다. 운동 후에 찾아오는 노곤함에 안도감을 느끼곤 했지만, 불안감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어제도 걸었다. 늘 듣던 팟캐스트에서 "You 2.0: How to Get Out of a Rut"라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무심코 들으면서 걷는데, 마음에 확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 영어 표현 중에 "Get out of your head"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네 머릿속에서만 있지 말고, 소통하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뜻이다. 너무 혼자서 생각에만 파묻혀 지내면, 불안감이 병적인 상태로 번질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인생의 높낮이를 만나게 된다. 인생이 늘 좋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인생이 저점을 지나갈 때, 어떤 자세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는 건 당연하다. 행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그 행동이 반드시 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과 연결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생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 막혀 있는 느낌이 들 때, 어떤 행동이던 삶에 활력을 줄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했다. 그 활력이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동해야 하는구나. 혼자 있으면 안 되는구나. 뭔가 막혀있지 않고 흘러가야 하는구나. 당연한 말들을 되뇌며 고민하다, 작년에 미뤄놓은 잡서치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로 했다. Job Search Alone이라는 책의 저자 (Phyl Terry)가 만든 커뮤니티인데, 작년에 시작하려다가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서 접었던 일이었다.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오히려 요구사항이 많다는 게 안심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줌으로 그 커뮤니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사회자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 참여의사를 밝히면, 5-6명 정도의 인원을 한 그룹에 모아, 커뮤니티의 프로세스를 따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11주 정도의 프로그램인데 들어가는 돈은 0원이다.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이다.
내일은 우리 그룹이 처음으로 모이는 날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일지,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와 지원을 받을지 궁금하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 커뮤니티의 주요 목표는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현재의 마켓 상황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사회자는 설명했다. 그러한 과정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지지하고 공유하게 된다. 어차피 일자리를 찾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행동의 의미는 세상과의 소통이 아닐까? 내 안의 뭔가를 끄집어내어, 생각과 느낌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뭐든 내 안의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인풋이 아무리 많아도 아웃풋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도 나는 꾸물 꾸물 행동할 거리를 찾는다. 잡서치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덕분에, 널뛰듯 요동치던 나의 불안감은 살짝 꼬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