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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Apr 09. 2016

감정 리스크, 그것을 몰랐다.

사업가가 직면하는 리스크

사업을 할 때와 직장을 그대로 다닐 때. 두 가지 상황을 놓고 각각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백지에 적는다. 직장에서의 리스크는 당장 직면하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딱 하나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정도이다. 사업의 리스크를 적으니 직장을 그냥 다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 놓은 사업의 리스크는 이렇다.


첫째, 나의 (가족)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둘째, 재무적 대응을 할 수 있겠는가, 셋째, 인력의 조직관리에 지치지 않고 체계를 만들 수 있겠는가? 넷째, 혼자의 의사결정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조가 내게 있는가?

정답은 없다.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과 그간 해 왔던 일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작지만 나름 만들어 놓은 영업 파이프라인. 그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적어 놓은 다섯가지의 리스크 덕분에 실제 직면하는 일들이 낯설거나 충격을 주진 않았다. 답을 찾아 놓은 건 아니지만 리스크를 살펴본다는 건 그만큼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로 의미가 있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사업 그 자체를 유지하고 작은 의미나 가치를 만들었다.

성공이라는 게 "자신을 믿고 기준을 세우고 과정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좌우명 같은 문구를 놓고 본다면 성공은 누구에게나 쉽게 온다고 생각한다. 니체가 "삶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라 말한 것처럼 일을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사업이다. 사업은 매출을 일으키고 고용을 하고 직원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지속가능성과 이윤을 창출해내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대단한 것도 놀라운 것도 아니다.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면서 회사에 실적이 쌓이고 동료들과 다양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면서 회사는 보이지 않는 체계가 형성되면서 나름 조직체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피곤하고 불안함에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제서야 깨달았다. 앞의 리스크에 조급함 없이 담담히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 근육이 없다보니 리스크를 대응은 하지만 감당할 정신과 마음이 없었다.


계약 예산은 충분한데, 지금 당장 지불할 현금이 부족하다.  갑자기 계약이 해지 되면서 자금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직원의 실수로 계약이 해지되었다. 조직은 공동체인데, 자기만 생각하는 직원, 열심히 일했던 직원이 갑자기 태도가 바뀐다.


다른 조직과 비교하면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직원,  딱히 표현은 안되지만 불편하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상황

일이 자꾸 사장에게만 집중된다.


실무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관리가 안되는 경우, 일을 하려면 사람이 더 필요하지만 재무 상태는 당장 충원은 어려운 경우, 직원들간에 형성되는 벽을 보는 경우


사람이 한두명 늘어나고 사무실이 커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이슈의 양과 비용의 크기는 일대일 이상으로 늘어난다. 대응하고 의사결정을 하면서 회사는 유지되고 성장한다.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출현하는' 흔들리는 마음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사업가는 감정을 쉽게 드려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전략과 실행의 역량과 리더십을 지탱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걸 늦게 깨달았다. 사업가들이 자주 하는 말은 입장을 공유하고 공감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에 외로움과 고독감을 자주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지에 써 놓았던 사업가의 리스크 외에 '감정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는 때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음뿐 아니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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