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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Jun 04. 2019

왜 기업은 이야기를 찾아 공유해야 하는가?

기업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기업 PR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브랜드저널리즘의 개념, 미디어 영역에서는 네이티브애드, 브랜디드 콘텐츠 비즈니스 개념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무엇인가를 찾기 전에 우리는 왜 그런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와 오디언스 간의 신뢰 관계

Reuters Institute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6개국 중 최하위로 23%의 응답자만이 뉴스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응답자 중 26%는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나의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느끼며 “뉴스가 진실에 입각해서 생산된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사 국가의 상위 3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50% 미만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기업은 고객과의 관계만큼 미디어와의 관계에 힘을 쏟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 고객을 만나는 것이 가능했고 여론에 귀 기울이고 사회경제 정치의 동향을 살피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미디어와 오디언스의 관계 분리는 기업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낸 전통적인 정보원의 신뢰, 포지셔닝, 호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의 권위’는 이제 신뢰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디어가 신뢰를 잃게 된 배경 중 하나를 기업의 상업적 기사가 점점 더 많이 노골적으로 게재되고 주요하게 배치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디어 독자들은 뉴스가치의 선정과 취재가 기업의 영향력 안에 놓여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기존의 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유지해 가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은 예전과 같은 동일한 미디어 환경의 기대가치를 얻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분명하게 중요했던 시대에서 고객들은 오로지 그것 이상의 기업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존 미디어와 여론, 뉴스와 정보의 활용이 분명 변화 되었기 때문에 기업이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가는데,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의 목소리를 언제나 미디어를 중간에 두고 내 놓았다면, 그 방법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다. 

국내 그룹사 6개 기업 명성요인별 조사 _2013 조사결과

기업의 명성을 구성하는 요인 중 경영성과, 마케팅,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업 이미지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 기업이 보도자료나 광고, 유통 프로모션을 통해서 전달하는 영역이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개발했고,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렸는지는 고객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철학이나 문화, CEO의 리더십, 사회적 책임, 인적자산이나 윤리 경영 등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절대 가치’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 ‘인재상’ 한 편에 갇혀 있을 뿐이다. 기업의 기부, 사회공헌활동은 광고를 회피하듯이 정말 사회가치를 위해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실행 한다고 믿지 않는다. 이것은 몇 개의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존재이유, 지속가능성을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대화, 대내외 관계자들의 요구 대응이다. 공중들의 인식의 합인 ‘명성’을 조율하고 신뢰적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통하는 과정이다. 


기본 미디어 환경변화, 고객들의 정보 습득과 행동변화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전략적 메시지는 ‘보여지는 것’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절대가치를 담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이 인식하는 그 절대가치의 수준과 정도를 확인하고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의사결정하고 개선 과정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많은 페이지 뷰와 포털사이트 검색 노출이 언제나 브랜드의 신뢰와 지속적인 인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절대 가치를 발굴하고, 전략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야 한다.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위해 그들의 생활과 삶을 이야기 해야   

 

1895년 미국의 농기구 회사 디어앤드컴퍼니는 ‘The Furrow(밭고랑)’이라는 이름의 잡지를 발간했다. 잡지에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이 아닌 농업 종사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술이나 이용 방식, 교육 콘텐츠가 수록되었다.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수준을 벗어나 잡지를 위한 별도의 팀을 구성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했다. 당시 잡지 제작 팀에 기자 출신 을 채용하기도 했다. 

The Furrow 1895년 당시의 저널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체계화된 의학 지식과 정보를 전달한다. 특히 의사와 진료과 단위로 콘텐츠 편집자를 선정하여 의사들을 콘텐츠 소싱과 생산 과정에 투입했다. 독자들은 의사가 직접 알려주는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었고,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블로그는 건강과 질병, 환자의 투병, 경험 등을 다루는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주는 ‘저널’이 되었다. 


디어앤드컴퍼니와 클리브랜드 클리닉 모두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며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는 무엇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그들의 생활과 삶에 들어가려 노력한다. 콘텐츠를 통해 독자와의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확보했다. 독자는 콘텐츠를 보며 기억하고 간직하고 때로는 공유한다.

클리브랜드 클리닉 뉴스룸 

병원 내부에서도 이 정보를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다. 병원이 위치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환자에게는 정보가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우리 병원의 실제적인 고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합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나 뉴스가 아니라 ‘콘텐츠’는 이제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대체물’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직접적인 고객이 아니라도 ‘신뢰’를 가져오고 그 신뢰는 직접적인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은 이제 고객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우리 고객의 삶’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 삶과 기업의 절대가치를 스토리로 연결해야 한다. 일상의 대화는 특정 주제가 꼭 있어야 이루어지지 않는다. 토론을 하고 논의를 하고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콘텐츠는 대화를 위해 고객에게 슬그머니 제시하는 대화 주제일 뿐이다. 결국 기업의 브랜드스토리텔링은 관계지향적 대화 방식이며 그것을 통해 기업의 절대가치를 인정받고 신뢰, 명성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는 목적의식적 행위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브랜드(이야기)를 구독하는 ‘독자(Audience)’를 찾아 나서야 한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를 ‘잘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독자가 우리의 브랜드 스토리를 어디서, 왜, 어떻게 만나는 지에 대한 결정적 순간, MOT(Moment of Truth)를 찾는 것이다. 독자의 행동 심리, 대화 주제, 관심사, 커뮤니티는 인구통계학적인 데이터보다 더 자세한,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기업은 자신의 고객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그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맥락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고객에게 가야한다

독자들은 기업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기업 PR의 관계 속에서 독자는 외면되어 왔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찾으며 떠나갔다. 브랜드저널리즘, 네이티브 애드의 틀에 갇혀 ‘잘 만든 콘텐츠’만을 찾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개발하고 독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 계속적으로 민한다. 그 과정 속에서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 신뢰 자산을 축적해 나간다. 



 기업 브랜드스토리텔링의 기본 형식은 무엇인가 
1) 스토리텔링을 통해 존재 이유를 설명하자 ‘우리는 왜 이런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우리 기업의 신념과 철학은 무엇인가?’,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야 한다. 독자는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콘텐츠를 공유하지 않는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인쇄 회사의 콘텐츠를 본 독자가 “이 기업은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다면 기업의 존재 이유-전략적 메시지에 대해 지속적인 인상이 남을 것이다.

2)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자. 기업이 가진 자원으로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관심사와 행동을 파악하고 라이프스타일 사이클 안으로 들어가 제품과 서비스가 소구되는 맥락을 찾아야 한다. 큰 규모의 소비자 집단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면 그들은 브랜드의 인상이 생기고,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다. 

3) 고객에게 새롭고 참신한 것을 알려주자. 디지털 트렌드와 독자들의 관심사는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기업은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안에서 함께 움직이며 때로는 독자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와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들을 찾고, 탐구해야 한다. 고객의 소비 패턴이나 여행 습관 등 일상 생활을 명칭화 하여 제시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소개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면 회사와 제품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조직 내부의 인물을 보여주자. 직원과 고객,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회사와 서비스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직 내부의 인물이 드러나지 않고,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이야기를 통해 기업의 문화와 가치를 이야기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회사를 인격화 하면 고객과 회사에 대한 관련성이 높아진다


당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뢰자산을 얻기 위한 노력”    


전국민의 가구의 안방이나 거실에 놓여 있는 TV 수상기 앞에서 방송 시청하기. 아침마다 대문을 열고 배달된 조간 신문을 들고 들어와 소파에 앉아 신문 펼쳐 보기. 아주 오래전에 끝난 풍경이다.  하지만, ‘방송 수상기’와 ‘종이신문’이 기능을 다 했다고 해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젠다를 설정하고 여론을 구성하고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더욱 강해졌다. 


언론의 단독 취재로 기업 활동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해당 기사가 나간 뒤로 온라인 신문매체는 처음 기사 내용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를 게재한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올라오면 콜센터, 고객 문의 창구로 전화가 빗발친다. 제품 브랜드에 대한 비판, 소비자 의견 반영 까지 기사는 분명 여러 방향에서 게재될 수 있다. 미디어의 대응은 관계를 통해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다. 기업이 기존 미디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다. 간단치 않다. 


한편, 온라인 뉴스 채널부터 웹 드라마, 영상 리뷰, 연애 이야기의 드라마 등 특정 주제별로 집중된 콘텐츠 채널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걸어 다니면서, 이동하면서 쉽게 읽고 보고 있다. 만난 친구들에게 그것을 공유하고 그 콘텐츠에 바로 감성평을 적고 의견을 기록한다.  


이제 기업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두 가지의 ‘트랙’을 달려야 한다. 기업은 영향력이 큰 미디어에 자신의 이야기를 노출되기를 원하거나 노출되지 않기를 원하는 것 (이제 이것은 점점 어려워 보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 목표를 성취해 나가야 하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직접적으로 능동적으로 기업 스스로 뉴스가치를 결정하고 취재하고 스토리를 구성하고 오디언스를 발굴하는 여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두 개의 ‘트랙’에서 기업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속도가 다를 수도 있지만 어찌했든 두 트랙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블로그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직접 정보를제공하고 ‘이야기하기’를 시도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미디어’를 구축하고 ‘뉴스룸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그 미디어의 파워를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은 결국 기업 고객 오디언스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기업 미디어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들을 연결시키고 참여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그것은 또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를. 또 대답은 동일하고 반복된다. 기업의 보편적 신뢰. 그것이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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