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던 햇살 아래
바람이 몹시도 불었던 날 이었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불어온 바람은
세차고 거칠지만 막상 바람은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감았다가 뜬 눈에 보인 세상은
온통 누군가의 흔적 투성이었다.
누군가 땀흘리며 달렸을 트랙.
봄바람 맞으며 탈 생각에 설랬을 자전거.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누군가를 응원했을 운동장.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벤치.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나의 그림자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의 흔적을 남기고자 사진을 담는가'
어느 바람 부는 볕 좋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