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밤새 내린 비에 날씨는 제법 쌀쌀해졌고, 흐린 하늘을 바탕삼아 하루를 시작했다.
동유럽의 대부분 날씨가 이렇게 흐리고 우중충하다는 소리를 듣긴했지만,
몇번의 맑은 햇살을 봤던 탓일까, 괜시리 아쉬움으로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체코 프라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쌀쌀한 날씨 탓일까,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환경에서 관광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중한 경험이다. 아무리 조용하게 한다고 해도 인파가 모이는 순간, 보이지 않는 웅성거림이 제법 방해한다. 때문에 과거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다고 하는 공간에서의 고요함은 마치 나만의 시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날, 프라하 성이 나에게 그러했다.
우리 관광팀 외엔 사람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가이드의 안내 목소리만이 울리는 순간이었다.
가이드도 연신 안내를 하다가 본인만이 크고 고요한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잠시 우리가 온전히 그 공간을 느끼게, 말을 멈추었다.
고요함을 즐기며 성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 한 사람만 지나갔으면 좋겠다.'
비가 온 뒤 바닥에 비치는 건물들의 반영은, 그곳에 사람의 실루엣도 넣고 싶은 욕망을 일으켰다.하지만 그렇게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나의 간절함은 곧 가이드의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말에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오늘 이곳을 지나가면 언제 이곳을 다시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뒤를 돌아서 8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에 꺼내 본 사진.
당시의 기다림보단 초조함이 더 많이 담긴 내 사진을 보며, 아쉬움이 가득찬다.
반대로 여느 사진보다 더 많은 감정이 뭍어나는 것을 느끼며, 최대한 내가 느꼈던대로 만져본다.
다음엔 초조함보단 기다림을, 기다림보단 설렘과 즐거움을 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