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선집

기억, 사진의 기억

by 성규




언제부터였을까.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던 나는 풍경을 담기 위해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성능좋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쳐폰의 100만화소도 되지 않는 카메라가 나의 사진 생활 시작이었던 것 같다. 딱히 시간의 흐름이나 색의 변화를 인지하면서 담는 것이 아니라, 으레 그쯤 되면 부모님과 함께 나선 나들이 속에 보여지는 풍경을 담는 것이 주였다.


그저 좋았다. 사진을 담는 것이 좋았고 담긴 그것을 추억삼아 그날의 기분과 감정을 회상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흘러 폰카가 아닌 DSLR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이 그렇게 열렸다. 폰카로는 생각도 못했던 자유도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사진을 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창시절 그렇게 하라던 공부는 재미없었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카메라 조작법과 이론을 배우는 것은 그렇게도 재밌을수가 없었다. 지방에는 따로 교육을 찾기 어려워 동호회에 가입하고 주말마다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배웠다. 무엇이든 취미를 시작하고 그것에 빠지면 피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장비병'이었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무수한 장비들이 온갖 핑계로 내 손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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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름대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몇 년이 흘렀을까,

내 손을 거쳐간 수많은 장비들의 기능을 100% 활용도 못했으면서, 순수하게 실력이 늘었을리 만무했다. 한 가지 그래도 발전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풍경만 담던 것에서 주변 일상을 담고 나의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나름 노력한다는 점이다.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서 콘셉트를 모방해보기도 하고 촬영기법을 연구하고 따라해보면서 '보여지는 것'을 담는 것에서 '빛'을 담고자 하였고, 아이러니 하게도 빛을 담다보니 결국은 다시 '보여지는 것'을 담는 것으로 돌아왔다. 다른 것이라면 보여지는 것에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는 점 정도이다. 왜 이렇게 하게 됐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나의 몸에 배인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


사진을 담고 후보정하는 과정에서 특히 더 그러한데, 사진을 담았던 그 순간의 감정, 기분, 생각, 의도 등을 후보정과정에서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제는 내가 직접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담은 사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응원과 칭찬은 계속해서 사진을 취미로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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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언가를 담는 사진에서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담고자 하는 취미가 시작된지 10년이 되었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온라인 공간만이 아닌 '인화'된 결과물로서 내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던 찰라, 좋은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몸 담고 있던 동호회에서 전국의 작가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로 사진집을 발간하자는 것이었다.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였기에 마다 할 이유가 없었고, 흔쾌히 수락한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사진집 [잇-다]가 탄생했다. 1년 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성장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추후 다른 글로 서술해보려 한다.


사진을 시작하고서 정비례하지 않은 시간과 나의 실력에 한탄하면서도 변해가는 내 주변 상황에 욕심 대신 타협을 선택한 나의 사진이 [잇-다]라는 책 속에 담겼다. 많은 분들의 반가움으로 만들어진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책이 주는 느낌은 사뭇 강렬했다.


'조금만 더 잘해볼껄'

'이 사진도 넣어볼껄'


하는 아쉬움은 이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저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더 부지런함을 부려서 다른 사진집이 나오길 바라는 수 밖에는, 함께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은 마냥 휘발되지 않고 다음 작업을 기약하며 나 스스로의 자양분이 되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정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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