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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Dec 30. 2016

공부는 왜 할까요?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은 정말 중요하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시리즈 제 1탄

지적회의심 _ 일상 속에서 문제의식 느끼기



공부는 왜 할까?


"공부는 왜 하니?" 수업 첫날 아이들에게 항상 제가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어떤 학생은 말을 던지듯이 꺼냅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요.”그럼 저는 이어서 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 대학에 가면 공부 안 하니?” 그럼 그 학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요.” 라고 답합니다. 그럼 또 저는 이어서 “그럼 직업을 얻고 난 다음에는?”이라고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질문은 말꼬리를 잡듯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생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공부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학생의 의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공부는 여행과 같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 때문이에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공부를 하는 이유를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없이 공부를 하는 것은 목적지도 모른 채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지를 모르니 여행 가이드의 뒤만 졸졸 쫓아다닐 수밖에 없게 되겠죠. 목적지에 대해서 알아야 가이드가 제대로 안내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여행 전에 기대감이라는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고,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실망과 감동의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목적지에 대해서 알고 있을 때 가이드의 설명과 해석을 벗어나 나의 해석과 감흥이 일어나고 타인의 의한 여행이 아닌 나만의 주체적인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수업의 목표를 물어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은 수업의 목적을 알고 있어야 수업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모른 채 단순한 교과 지식만을 얻어가는 수업이라면 굳이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한 지식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얼마든지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목적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수업의 목적이 A이기 때문에 학생은 A를 배워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기고 선생님이 A라는 목적을 도달하는 데 적합한 방법과 내용으로 수업을 하는지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의 목표는 어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이 왜 발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어떤 역사적 사건들로 이어지는지 연관관계를 가르쳐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역사적 사건을 교훈 삼아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최소한 역사 수업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가르칠 때 이러한 일이 왜 발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어떤 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현실에 적용하여 아이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목적의 의미를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하세요


그런데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목적 없이 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이지 않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부의 목적이 대입이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수험생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 혹은 “학교에서는 왜 수학을 가르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그 이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수학적 사고력을 학생들에게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학적 사고력이란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타당한 근거를 포함한 논증적 사고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수학적 기호를 이용한 사고의 체계성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정입니다. 이러한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비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당연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는 경우에 수학적 논리는 매우 유용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수업이 과연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까요?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수학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학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개념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연습만 할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특정 개념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생략)


위 학생의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수학 교육의 이유를 고민하게 되었을 때 결국 ‘수학다운 공부’ 혹은 ‘수학다운 수업’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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