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순한 변화는 어쩌면 학생의 인생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시리즈 제2탄
지적 회의심 _ 일상 속에서 문제 의식 느끼기
수업 속 아이들의 풍경
앞에서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을 하십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받아 적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말씀은 곧 진리이고 시험 성적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서 생각하는 모습이란 찾아보기 힘듭니다. 수업은 마치 받아쓰기 시험장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받아 적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저는 지식에 대한 열정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왜냐하면 수업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무조건 믿지 마라."
저는 수업 첫 시간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무조건 믿지 마라.”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합니다. “선생님을 믿지 말라니? 그럼 수업 시간에 누굴 믿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관습적인 사고를 버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학생들이 교사를 무조건 믿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교사가 신도 아닌데 말이죠.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바로 교사의 가르침을 무조건 수용하는 방식의 수업이 아이들을 수동적 지식인, 즉 앎을 삶과 연결하지 못하는 시험만 잘 보는 바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
아이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수용적인 자세와 비판적인 자세로 임하는 각각의 경우는 매우 큰 결과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업에 대한 각각의 다른 태도는 수업의 목적이 다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용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하는 경우, 수업의 목적은 지식 습득이지만 비판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 경우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점검하고 새로운 지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비판의 과정에서 나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비교하게 되며 서로의 한계와 장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수업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교사의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수용적인 자세 속에서 학습자 자신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학습자 자신의 무능력만을 탓할 수밖에 없지만 비판적 자세의 수업 태도는 나 자신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교사의 탓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은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다시 교사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수용적 자세의 수업 태도는 일방적 지식 전달의 기능을 하지만 비판적 수업 태도는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결국 교사와 학생 둘 다 성장 시킬 수 있는 수업이 될 것입니다.
상처 받을 용기 그리고 상처를 생각하는 배려
비판적 수업은 교사와 학생 둘 다한테 상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비판은 비판주체의 판단기준과 다른 점을 지적하는 소통 방법입니다. 결국 비판대상은 이 과정에서 본인의 오점을 지적받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비판대상이 비판주체의 비판이 틀렸음을 재반박한다면 오히려 비판주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면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업 속에서 교사와 학생을 상하관계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행정적으로 학생 지도의 의무가 있는 교사는 학생보다 우위에 있음은 분명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비판은 결국 감정적인 말다툼이 될 수도 있고 건전한 비판의식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비판적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용과 존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낯선 세계를 거부하기 보다는 관심을 갖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알려줄 스승으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이란 감정 때문에 인간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전적인 비판적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호기심과 기대의 감정으로 바꾸고 다름을 탐구의 대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