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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 Oct 22. 2023

인도에서 생긴 일(29)

다시 INDIA

타지마할은 티브이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웅장하고 찬란했다. 샤 자한의 러브스토리를 입혀놓은 내 상상 속 타미자할과도 다르지 않았다. 역시 감동적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길 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오다니. 7년 전 나는 결국 타지마할을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었다.

          

7년 만이다. 다시 인도를 찾은 것은. 타지마할이 목적이었던 그때, 나는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여행을 마쳐야 했다.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못내 아쉬운 마음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내 후회했던 것은 아니다. 그땐 타지마할을 보지 못해도 괜찮았던 이유가 충분했기에 후회의 감정은 없었다. 다만 이따금씩 아쉬웠을 뿐.     


7년 간 다시 와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막상 배낭여행 중에는 더러움이나 무질서함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는데, 돌아와 보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 후론 잘 정돈된 도시들을 선호하게 됐다. 그 이후로 쾌적한 여행을 즐겼고 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인도가 떠올랐다. 몇 달 전, 어느 대학로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난 후였다.     


“야, 오늘 시험 진짜 화날 지경이었어. 범위 안에서 나온 게 없었다니까.”

“야 시끄러워. 난 오늘 캐드시험 때 타지마할 나왔어.”

“아, 미안. 아닥할게.”

“ㅅㅂ... 술이나 마시자.”     


타지마할.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단어였다. 7년 전에 그토록 빠져있어서 무작정 인도행 비행기를 탔었는데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넌 뒤 한동안 거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 나는 다시 타지마할에 대해 생각했다. 한동안 내 여행의 목적이자 꿈이었던 그것.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주었던 그곳.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도를 다녀오고 나선 타지마할은 내게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게 됐다. 실제로 마주해보지도 않았는데 그 꿈은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지금 타지마할 앞에 서있다. 타지마할 앞에 서서 주언의 생각을 떠올렸다. 7년 전 우리의 인연은 길게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끝내 연인이 되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으니까. 물론 한동안 주언의 생각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다. 금세 나는 나의 삶을 찾았다.      


다시 인도로 떠나오기 며칠 전, 인도여행팸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 흘러가는 말로 주언이 다시 인도에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길로 나는 다시 인도행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주한 이곳. 타지마할 앞에 서서 앞으로 어디로 갈지 긴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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