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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풀 Aug 26. 2020

계곡 놀이터

물놀이가 좋아



ⓒ 바람풀




주변에 많은 계곡이 있지만, 이 마을 아이들을 개헤엄의 달인으로 만들어주는 곳은 선유동 계곡이다. 계곡 초입에 있는 얕은 물가에서 아이들은 일찍이 물과 하나 되는 법을 배운다. 엄마 자궁 속을 유영하던 태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물속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힘을 다 빼고 '풍덩' 하고 물속으로 뛰어들면, 물은 기다렸다는 듯 너그럽게 온몸을 감싸준다. 바위 위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잠수하며 헤엄치는 아이들을 보면, 검푸른 바다 위를 솟구쳐 오르는 고래가 떠오른다.


너희는 알고 있는 거지?

태곳적부터 우리 몸에 새겨진 그것,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말이야.


십 년 전만 해도 마을 아이들은 팬티 바람에 고무신 신고 스티로폼과 페트병을 엮어서 튜브 대신 갖고 놀았다. 지오와 나린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물만 보이면 옷 홀딱 벗고 들어가 물고기와 친구가 되곤 했다. 몇 년 전부터 도시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래시가드에 아쿠아 슈즈와 물안경을 장착하고 갖가지 모양의 튜브와 고무보트를 들고서 여름이면 계곡에 나타났다. 그 모습은 꽤 낯설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내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머지않아 솔멩이골 아이들도 래시가드와 아쿠아슈즈가 당연한 물놀이 유니폼이 되었다. 점점 높아지는 자외선 지수와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장비이지만 맨몸으로 고래처럼 놀던 야성의 아이들이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갈수록 여름은 길고 더워지고 있다. 에어컨 없이도 이 여름을 견딜 수 있는 건 마을을 감싸고 있는 계곡 덕분이리라. 용추, 선유동, 화양동, 쌍곡, 쌍용계곡, 그밖에 이름없는 계곡들이여! 멋들어진 바위와 시원한 그늘과 맑고 차가운 물을 선사해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요. 오랫동안 그 모습 변치 말아주세요.


태풍이 지나고 나면 고요해진 계곡물에 냅다 몸을 던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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