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나무 기둥에 아이들 나이테가 있다.
7년 전부터 차곡차곡 새겨진 성장의 기록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쑥 자란 나린이 키를 표시했다.
작년보다 십 센티나 더 컸다.
너무 꽉 조여서 못 입게 된 내 청바지가 나린이한테 꼭 맞는다.
두 살 아래 지오는 또래보다 작아서 아직도 유치원생 같다.
"엄마, 어떻게 하면 키가 커져?"
한동안 라푼젤처럼 머리가 길어지는 게 소원이던 지오가 이번에는 키 큰 언니를 마냥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저절로 자라게 돼."
그래, 그거면 되지.
저 기둥에 언제까지 아이들 키가 새겨질까?
구석구석 아빠의 땀과 눈물이 스며있는 집에
해마다 아이들 나이테가 아로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