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요?

보통의 공무원인 우리, 우리를 왜 그렇게 싫어할까요?

by 정다

대학교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의 부모님이 공무원이셨다. 그 친구는 정말 정말 공무원이 되고 싶지 않아 했고, 결국에는 소신을 꺾은 나와 달리, 그녀는 소신을 지켜 지금 보통의 사기업에 다니고 있다. 내가 시험에 합격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있다. " 나는 사람들이 공무원을 너무 나쁘게 봐서 싫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게으르고 세금이나 낭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정당히 받는 월급조차 욕먹어야 해서 그게 너무 싫어, 너는 그거 괜찮아??"


왜 우리 보통 공무원의 이야기는 아무도 써주지 않는 것일까?


매일 공무원 관련 각종 기사가 쏟아진다. 그중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일부는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인 소수의 나쁜 이야기는 전부의 이야기인 것처럼 기사에 열심히 오르는데, 사실인 대부분의 좋은 이야기는 절대 한 줄도 기사에 실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수당을 챙기는 것도, 누군가는 의미 없는 초과근무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 다른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는 절대 결코 실리지 않는 것일까?


지난여름 나는 첫 수방근무를 섰다. 태풍이 부는 날이었다. 그때의 태풍은 바람이 정말 거세서, 나무가 뽑힌 곳도 있었고, 건물 외벽이 무너진 곳도 있었다. 그날 나는 수방근무를 하러 토요일에 지정된 주민센터로 출근하였다. 우리 집은 주택이라 옥상이 있는데, 우리 집 옥상 항아리 단속은 하나 하지 못하면서,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태풍을 뚫고 출근했다. 갑자기 떨어진 비상근무에 머리만 대충 감고 출근해 아침 9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주민센터를 지켰다. 황금 같은 토요일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태풍을 뚫고 출근해 간간히 단속을 다니며 비를 홀딱 맞으며 져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남자 친구도 공무원이라 그 또한 수방을 하러 출근했는데 (지자체마다 수방 시스템이 다른데, 남자 친구의 경우 그날 더 늦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출근하며, 우리가 결혼하면 우리의 집은 누가 지켜주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나만, 내 남자 친구만 특별해서 그런 날 비바람을 뚫고 출근한 것이 아니다, 지방공무원이라면 비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오기 때문에 주말에 갑자기 때로는 새벽에도 비상근무를 나가야 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래서 초과근무 수당 받잖아!!?' 초과근무수당?.. 9급인 우리의 초과근무수당은 최저임금 정도인 8500원이다. 그마저도. 주말이나 평일 모두 최고 4시간을 초과하여서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일반 근로자라면 주말근무는 1.5배의 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법정 근로자가 아니기에 그런 부분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심야고 그냥 8500원 정도이다. (사실 급수가 올라간다 해도 최고 만원 정도다...)

그 어떤 사람도 시급 8500원 때문에, 태풍을 뚫고 나가 황금 같은 토요일을 반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부 공무원이라면, 그날 집에 있는 아이는 , 그리고 그 공무원 부부의 집은 아무도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그 수당마저도 나는 종일 8시간을 일했지만 최대 4시간만 받을 수 있다. (우리 지자체의 경우 8시간 이상 근무 시 대체휴무가 주어지는데, 나는 그 주에 바빠서 그 대체휴무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대체휴무가 나오기 때문에 나는 초근 수당을 받지도 못했고, 대체휴무를 사용하지도 못했으므로 결국 그 토요일 그날 하루 고스란히 '봉사'를 한 것이다.) 타 지자체 공무원인 내 남자 친구의 경우 비가 많이 왔던 작년 여름 장마철에 새벽 3시에 갑작스러운 수방으로 불려 나가 새벽엔 수방근무를 서고 그다음 날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상적인 근무를 평일 주 3회나 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또 말할 것이다. '그게 공무원의 일이지. 그런 일 하라고 뽑은 거야'. 맞다. 그런 일 하라고 월급 주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본래 업무는 수방이 아니다. 수방은 나의 업무분장 어느 부분에도 들어 가 있지 않고, 그에 맞는 수당조차 책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방공무원인 내게 수방은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어떤 직업이든 모두 그 일을 하려고 그 직업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 운동선수는 운동을 하는 것이 그들 본연의 업무이며, CEO는 물건을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본연의 업무이다. 그럼에도 운동선수는 힘들다고 하면 모두가 힘든 일이라고 인정해주지, 아무도 원래 힘든 일이고 본인이 선택해놓고 왜 그러냐고 비난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본인이 돈 벌고 싶어서 열심히 물건을 판 재벌들에게도, 나라 이름을 세계에 알려줬다며 고맙다고, 범죄를 저질러서 받은 벌도 면제해주는데, 왜 우리의 일은 그냥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는 것을 넘어 비난까지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일이 하기 싫다고, 힘들다고 불만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을 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공무원이 나의 마음 같지는 않겠지만 나의 경우 마땅히 해야 할 일 중 하나라 생각하기에 아직까지는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지!! 그리고 서울에서 근무하기에 이런 비상근무에 응할일이 적지만, 지방에서 근무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런 비상근무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왜 이런 보통의 이야기는 아무도 해주지 않는 것일까? 왜 이런 이야기는 기사 한 줄 써주지 않고, 온갖 나쁜 일들만 기사에 쓰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그래서 그렇게 우리를 나쁜 사람들로 만들고 싶은 것 일까?


아니면 내가 몰랐을 뿐 우리는 정말 나쁜 사람들인 걸까??


※위에서 언급한 수방이나 다른 직업들의 경우 나쁜 감정이 있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적은 것이 아니라 설명을 위한 예를 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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