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많은 경우 배우자 선호 직업에 '상위권'에 랭크되곤 한다. 특히 '여자 공무원'이라 하면 어딜 가든 '결혼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여기서 '결혼하기 좋은'이라 함은, 공무원인 당사자에게 그리고 배우자가 될 상대방에게 모두 적용되는 말인 듯하다. ) 실제로 내가 과거에 만났던 남자 친구 중 한 명은 여자 공무원이 본인의 이상형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는 보통의 경우가 아닌, 그 친구의 특이한 취향이었다고 생각하긴 한다.) 어른들께서도 신붓감 1위가 공무원 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하시며, 주변의 회사 동료들을 보아도 소개팅과 같은 만남의 자리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배우자로서, 특히 여자 배우자로서 그럭저럭 선호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과연 이 말이 '여자 공무원'인 나에게 정말 좋게 적용하는지 의문이 든다.
첫째, 배우자로서 가치가 '직업'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썩 좋지 않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든 아니든 나는 나만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 특히나 결혼은 이런 나의 '진짜 가치'를 봐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왜' 선호하는지 그 이유가 불편하다.
'왜' 선호하는 걸까? 특히 '여자 공무원'이 더 선호되는 이유는? 그것은 바로 적당히 일해, 적당한 돈을 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양육 그리고 살림을 모두 주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왕이면 경제력은 높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바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살림과 육아에 소홀해질 수도 있으니, 급여는 적지만 그래도 안정적이며, 일찍 퇴근하여 아이를 돌보고, 살림도 해주고 또 '육아휴직'도 마음 편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선호하는 것 아닐까???
결국 아직도 여자는 '아이를 양육하고, 집안 살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불편하고, 내가 그런 이유로 선호되는 것은 어떠한 목적을 위한 '도구가'된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셋째, 슬프게도 그 기대에 부응해 줄 수 없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하면 '6시 땡'하고 칼퇴하여 여가생활을 지내고, 마음껏 육아휴직도 쓰며 경쟁 없는 상황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자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적으로 생각보다 빨간 날과 주말에 나가서 일해야 한다. 눈, 비가 와도 나가야 하며, 요즘과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외치며 자택 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더 많이 나가 근무해야 한다. 그리고 이곳 또한 '승진' 또는 '좋은 부서' 등의 이유로 '경쟁'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어쩔수 없는 '조직'이고 '직장'이다.
또 설령 '6시 땡! 하면 칼퇴'를 하고, 빨간 날마다 꼬박꼬박 쉴 수 있다 하더라도, '직장'을 다니는 사람으로서 나의 모든 에너지를 온전히 가정에만 쏟고, '회사'를 그저 '돈 버는 수단'으로만 다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미래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나'는 이 조직에서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그럭저럭 쓸모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으며, 가끔씩 겪어야 하는 경쟁에서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승리자로 남고 싶다.
이런 '나'이기에 '공무원'을 선호하는 그 기대에 절대 '부응'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배우자에게 '여자'로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싶으며,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그를 존중하며 함께 살고 싶다. 단순히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으며, 내가 그를 단순히 '생활비를 공급해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싶지 않다. 결혼은 현실이기에 우리의 삶에 저런 부분이 단 1%도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 부분들이 '메인'이 되는 결혼을 처음부터 택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일수도 있다 분명, 또한 누군가의 가치관은 이러한 이유들로 '선호'되는 것을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게 '배우자로서의 여자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직까지는 썩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