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사무원은 저도 처음이라
분명히 선거 알바는 꿀알바라고 했었는데?!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는 '투표 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에 처음 임용이 되었으나, 작년에는 선거가 없었기에, 올해 하는 '투표 사무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선거 관련 아르바이트는 꿀'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기에, 쉬엄쉬엄 편하게 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투표하러 갔을 때 얼핏 보기에 솔직히 쉬워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생각보다 엄청 고된 업무였다.
새벽 다섯 시까지 출근이라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투표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12시간 내내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또 6시부터 투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늦어도 새벽 5시까지는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정말 미처 알지 못했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2주 전 토요일엔 출근하여 선거 공보물 작업을 했고, 또 바로 그전주에는 주말 일직을 섰던 터라, 빨간 날에 또 출근한다는 것이 매우 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웠는데 무려 새벽 다섯 시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적 압박감이 상당했다.
새벽 다섯 시까지 출근하려면 늦어도 새벽 세시 반에는 기상해야 했다. 도대체 전날에 몇 시에 잠을 자야, 그때 기상을 하고 또 기상한 이후로부터 12시간이 넘는 시간까지 근무를 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새벽 세 시 반이라는 시간도 집이 가까운 나에게나 적용되는 엄청 호사스러운 기상시간이었다. (먼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경우 훨씬 더 이른 시각에 기상하셔야 하며, 다섯 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할증 붙는 택시를 타고 와도 교통비는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ㅠㅠ)
나의 경우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배정되어, 그래도 운 좋게 새벽 세시반에 기상하여 조조할인되는 버스를 타고 출근할 수 있었는데, 정말 이것은 행운인 케이스였다. 다른 많은 분들은 새벽 세시도 전에 기상하셔서, 자차 또는 택시를 타고 투표소까지 이동하셨다.
와 우리나라에 투표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어릴 때 항상 우리나라는 투표율이 낮은 나라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내가 투표사무원으로 근무했던 그 날만큼은 그러지 않았다.(실제로 매우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람들의 투표에 대한 열정이 정말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새벽 다섯 시 이십 분부터 와서 줄을 서 계시던 어르신도 있으셨고, 몸이 불편하신 분도, 나이가 많으신 분도 그리고 이제 19세가 된 학생들도 정말 많이 많이들 투표하러 왔다.
코로나 19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셔야 했고, 그날 날씨도 따뜻했던 터라 밖에서 기다리셨던 분들 중 땀으로 범벅되신 분들도 계셨는데, 그래도 모두 모두들 투표를 하러 많이 오셨더라.
그날의 나의 업무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선거인 명부에 서명을 받고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었는데, 마스크 벗어주세요, 서명해주세요, 이 종이 표를 저쪽에 내주세요를 천 번은 넘게 말한 것 같다. 또한 끊임없이 서있는 줄 때문에 점심시간 밥 먹을 때 빼고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물도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일했다.
또한 마스크와 위생용 장갑 때문에 온 몸은 땀범벅이 되었으며, 마스크 때문에 목이 건조해져 자꾸 기침이 나는데 ㅠㅠ 시국이 이런 만큼 기침조차 할 수 없었다. 얇은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그 두꺼운 선거명부의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서명을 요청드리며 펜을 드리는데.. 자꾸 내 장갑도 함께 잡으시더라고...ㅠㅠ)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의사전달 또한 쉽게 되지 않아 몇 번을 말씀드리고, 설명을 드려야 했다.
그날 우리 투표소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이 투표를 했다고 한다. 나와 다른 한 분 둘이서 서명을 받고 확인용 도장을 찍어드렸으니, 그날 하루 동안 적어도 1000명의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서명을 받고, 또 확인용 도장을 찍어드린 것이다.
또한 12시간 가까이 같은 자세로 앉아서 반복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정말 온몸이 쑤셨다. ㅠㅠ
화나신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어떤 분께서는 마스크를 벗어달라니 귀찮은데 벗으라고 화를 내시고, (어떠분은 왜 자기만 벗으라고 하냐고 매우 화내셨다.. 아니에요.. 모두에게 벗어달라고 요청드렸어요...) 또 어떤 분은 신분증과 확인을 한다니 옛날 사진인데 확인이 되냐며 화를 내시고, 어떤 분은 마스크를 굳이 벗지 않으셔도 확인이 되어 마스크 벗는 것을 요청드리지 않았더니 왜 본인은 마스크 벗으란 이야기를 안 하냐며 화를 내시고 (그것은.. 마스크를 거의 안 쓰고 계셔서... 굳이 안 벗으셔도 되셔서 그랬어요 ㅠㅠ). 서명을 요청드리니 장갑을 꼈는데 서명해 달라며 화를 내시고,
왜 이렇게 다들 화를 내시는지...(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투표율이 공개되었을 때
역대 국회의원 선거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들었을 때, 어쨌든 나도 무언가 한 가지 일조한 것 같아서 뭔가 뿌듯하고 보람 있는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하는 동안은 힘들었지만, 모두 마치고 나니 투표하러 와주셨던 한 분 한 분이 다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뿌듯한 마음은 잠깐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바로 잠들어버렸.....
** 저는 구청에서 근무하여, 사실 이번 선거업무에서 큰 업무를 맡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말 그대로 '지원' 근무만 나간 것이며 딱 '이틀' 선거를 위해 근무했습니다. '선거'의 경우 주민센터와, 구청에 특별히 설치된 선거담당반 위주로 진행됩니다. 그곳에 계시는 분들은 선거기간 동안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시며 선거를 준비하셨고, 선거 당일 날에도 저보다 일찍 출근하셔 더 많은 준비를 하시고, 더 늦게 모든 정리를 다하시고 퇴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