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럭저럭 만족하며 회사에 다니는 이유

그럭저럭 만족하며 다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

by 정다

그래도 나는 회사를 다니는 다른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나보다 나이 어린 동기들에 비해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구청이라는 직장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어쨌든 안정적인 직장.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커리어가 끊기지는 않을 것.)

나는 올해 88년생, 한국 나이로 33살 (만 나이로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31살이다)이다. 내가 시험에 늦게 합격하여, 나의 경력에 비해 나이가 많은 것이지, 사회활동을 하기에 나의 나이는 결코 많은 나이라고 매우 확신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내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는 퇴직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여자 친구들의 경우 일찍 취업을 했다면 벌써 7~8년 차 직장인인데, 몇몇 회사에서는 그런 7~8년 차 직원이 꽤 부담스러운 모양인지 퇴사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런 압박이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한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나이가 된 여자들에게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이 자리가 유지될 수 있을지, 회사에서 내 자리를 지켜주더라도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남자인 친구들의 경우에도 당장의 내 일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선배들이 겪는 일들을 바라보며, 곧 자신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씩 불안감이 드는 것 같다.


어쨌든 나의 직업은 그래도 안정적이다. 내가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만으로 내게 서러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며, 아이를 낳고 잠깐 쉬었다는 이유 만으로 내 자리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이 '평생직장'이란 단어가 무색해진 이 시대에, 설령 중간에 퇴사한다고 하더라도 평생 백수로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원치 않는 퇴사였다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이직을 반복하는 것이 요즘 또 하나의 능력이라고 하더라~!!) 취업이 아니라 다른 재능을 살려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타고나게 불안감이 많고, 또 오랜 취준 생활을 통해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것에 이골이 난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안정성' 이 더 마음에 끌리고, 이 이유로 그럭저럭 내 직장에 만족하고 있다.

두 번째, 나의 적성에 맞는 업무

이전 글에서 다룬 적이 있듯 '공무원'이란 직업은 꽤 내 적성에 맞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직업'에 있어 적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힘든 일도 있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큰 맥락에서는 나의 적성에 잘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업무적으로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나의 '이득'을 얻어 내기 위함이 아닌, 내가 그 사람에게 '이득'을 주기 위함이다. 그 외에 이것저것 크고 작은 부분에서 '공무원'이라는 일은 나의 가치관과 적성에 부합하는 부분이 꽤 많다. 그래서 나는 내 일에 그럭저럭 만족한다.


세 번째, 우리 집과 가까운 회사

집과 회사가 가깝다는 것은, 정말 직장 만족도에 엄청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 대학교까지 프로 장거리 통학러로 일생을 살았다. 거의 20년의 기간 동안을 먼 곳으로 통학하며 다녔다. 아마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낸 기간이 조금만 더 짧았다면, 아님 내가 환승해야 했던 버스나 지하철의 수가 조금만 적었다면 어쩌면 나는 조금 덜 늙고, 조금 더 좋은 스펙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ㅎㅎ(그리고 나의 10대, 20대가 덜 시니컬해졌을지도?). 그렇게 일생을 장거리 통학에 지쳐 다니다 난생처음으로 가게 된 첫 직장에서 '짧은 통근거리'의 행복함을 만끽하게 되었다.

걸어서 약 30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5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나의 직장' 은 나의 삶의 만족도를 두 단계는 상승시키고 있다. 출근 지옥이 없으니, 아침부터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나의 에너지를 빼앗길 필요도 없고, 어쨌든 남들보다 최소 30분은 더 잘 수 있다. 또한 칼퇴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칼퇴를 한 집과 회사가 그다지 가깝지 않은 몇몇 사람들보다 집에 빨리 도착하기도 한다. 지방공무원의 특성상 주말출근을 해야 할 일이 종종 있는데, 그때도 부담이 적으며, 하다못해 회사에 무엇을 두고와도 부담 없이 주말이나 저녁시간에 들러 찾아올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이유의 경우 내가 직장에 대해 그럭저럭 만족하는 이유였지만, 통근거리만큼은 완전히 완벽하게 만족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아마 집과 멀리 떨어진 구청을 다니게 되었다면, 같은 상황에서 지금보다 만족도가 낮은 직장생활을 하였을지도 모르겠다.ㅎㅎ)



100점 만점에 나의 만족도를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80점 정도? 수우미양가에서 '수'는 아니지만 '우'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이 '퇴사'가 모두의 소원이 된 시기에 무려 '우'의 점수를 줄 수 있고, 만족할 만한 이유가 세 가지나 되다니, 나는 '행운아'인 것 일까? 아니다 나는 그냥 '행운아'가 아니라 '엄청난 행운아'이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 애당초 회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오랜 취업준비 때문일까? 아니면 20살부터 시작한 여러 알바를 통해 미리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덕분일까? 아님 약간은 시니컬한 나의 타고난 성향 때문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애당초 직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직장과 나의 관계는 오로지 나는 직장에 나의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곳, 그냥 'Give & Take'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생각한다. (공무원도 결국 월급 받아 생활하는 월급쟁이이고, 구청과 같은 공공기관도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겐 그냥 회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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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나의 Give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Take를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 '일'을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그러고 싶어도, 성격상 그러지 못한다. 오히려 Give & Take 이기에 나의 Take를 늘리려면 나의 Give도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직장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고, 회사생활을 통한 자기 계발을 꿈꾼다거나, 회사에서 매우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업무를 맡아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길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본질적으로 재미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내게 '돈' 을 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곳이라면 내가 돈을 주고 다녀야 할 것이지 절대 내게 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회사는 학교가 아니므로 나를 발전시키고 성장시켜 주는 곳이 아니다(물론 부수적인 효과로 성장과 발전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이 조직의 주된 목적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발전과 자기 계발은 내가 따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돼야 나도 그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쨌든 나는 위의 이유들로, 아니면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 다른 이유들로 인해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의 직장, 나의 직업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