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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ug 11. 2019

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냐면 #2

공무원만큼은 안 하겠다고 했던 내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

두 번째 이유. 사실 공무원은 내 적성이었다. 


- 사실 나는 기업의 이윤을 창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것은 토익점수도 아니었고, 따도 따도 끝이 없는 자격증도 아닌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 쓰기였다. 2년여의 기간 동안 취업준비를 하면서 백장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매 자기소개서마다 가장 어려웠던 항목이 바로 '지원동기'였다. 매번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지원동기를 적는 것은 어려움을 넘어서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도대체 왜 이리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사실 지원하고 싶지 않은 곳에 억지로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업계에서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사기업은 결국 이윤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곳이다. 하지만 나는 이윤창출이라는 사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광고를 거짓말과 사기라고 느끼는 내가 이 회사가 큰 이윤을 낼 수 있도록 이런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관심도 없는 일을 억지로 관심이 있다고,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려니 그렇게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지만, 머니만으로는 나의 모든 것을 보상될 수 없었다.


 은행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방학기간 동안 간단한 서류업무를 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두 달 정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두 달이 조금 넘은 잠깐의 기간이었지만 그리고 내가 했던 일은 진짜 은행원들이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그곳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업계에도 관심이 많았었다. 여의도에 있는 수없는 금융회사들을 보면서 그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기에 은행에서의 두 달은 나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꽤나 큰 영향을 주었다.


 은행은 급여가 꽤 후했다. 간단한 서류 작업만 하는 내게도 꽤나 후한 급여를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7년 전이었는데, 지금 최저시급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시급으로 받았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진짜 행원분들의 급여도 꽤 높은 편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높은 급여보다는 다른 일들에 눈이 갔다. 지속되는 영업압박과 생각보다 높은 노동강도 등(그렇다고 공무원의 노동강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ㅠㅠ). 내게는 높은 급여보다는 그로 인해 따르는 다른 힘듦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아무리 힘들어도 월급통장에 돈만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했지만, 나는 '돈'만으로 다른 모든 것들이 보상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후한 급여를 주는 은행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은행은 나와 맞지 않는 곳이며 급여를 많인 주는 데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구나.  내게 힘듦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돈이 아닌 자부심이나 정당성 같은 것들로 보상되는 시스템이었다면 나는 괜찮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로 돈만으로 보상되는 시스템에 나는 큰 매력을 느끼지 했다.

 

 기업의 이윤창출에도 관심이 없고, 높은 급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보상이 된다고 느끼지 못하는 내게 사기업은 맞지 않는 곳이었을 것이다.  이런 내가 채용되어 근무하는 것은 내 개인에게도, 그 기업에게도 모두 좋지 못한 선택이었으리라.


직에도 여러 단점들이 있고 나와 안 맞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그럭저럭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공직만 한 곳은 없다고 아직은 생각한다.


** 글에서 언급한 은행을 비롯한 다른 사기업들도 매우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 '개인'의 입장에서 선호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 분명히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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