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과연 나의 평생직장이 될 수 있을까??

평생직장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by 정다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말하면 많이 듣는 얘기가 '철밥통'과 '평생직장'이다 라는 이야기. 철밥통 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이곳이 내 '평생직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왔었다. (사기업 취업준비를 하다가 그만둔 이유 중 하나가 '이직'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 하지만 요즘의 나는 과연 이곳이 나의 '평생직장' 이 될 수 있을지, '평생직장' 이 된다고 해도 그게 과연 좋은 일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갖는다.


1. 자꾸만 안 좋아지는 대우

박봉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박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나의 월급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보다도 적어졌다. 하지만 나의 업무는 결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보다 쉽지 않은데....(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업무가 쉽다는 것은 아니다.) 밤샘 근무를 해도 나의 초과수당은 시간당 8700여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하루 최고 4시간. 엊그제 토일 이틀에 한 행사만 하더라도 나는 아침 6시까지 출근해서 저녁 8시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다행히 행사가 예정보다 일찍 끝나 네시쯤 퇴근했지만... 3시 반 퇴근이라도 해도 나는 주말에 9시간 이상 근무를 한 건데...)

사실 이렇게 초과근무 수당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슬프다. 나도 퇴근해서 요리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싶은데, 일이 없는 부서에 가서 일찍 퇴근한다면 적은 급여로 그런 삶은 사치이고, 야근을 하는 부서에 간다면 당연히 할 수 없는 취미생활들.. 그리고 그렇게 매일매일 야근하고 주말에 나와서 급여를 받아야 고작 몇십만 원 더 받는다니

그런데 이런 급여가 심지어 줄고 있다. 각종 수당들이 사라지고 있다. 쉽게 받을 수 있었던 수당들도 쉽지 않게 받거나 아님 없어지는 추세들....(수당 부정수급을 없앤다는 취지로 각종 과정을 복잡하게 하지만, 내 생각은 그냥 우리에게 돈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애당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이 직업을 택했지(나는 그 흔한 비트코인도, 주식도 안했... 다고..) 그냥 그래도 걱정 없이 가족을 꾸릴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가와 집값은 해마다 오르는데 급여는 오르기는커녕 심지어 줄고 있다니. 나는 과연 우리가 집을 사기는커녕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나는 두려워해야 하는가

잘못한 일로 혼나는 것은 괜찮다. 내가 잘못한 일로 민원인에게 사죄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 마 그렇지 않은 경우는 너무 힘들다. 왜 나는 일하고 받는 내 월급에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왜 나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민원인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왜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만인의 '봉'이 되어 화풀이 대상이 되고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가.


정당히 일하고 받는 월급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 사실 일하는 것보다 더 적게 측정되는 초과근무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 내가 정당히 일하고 받는 급여가 적다는 불평조차 나는 못하는 것인가?


작년에 나는 어떤 민원인과 전화통화로 몇 시간을 싸우고, 그 민원인이 찾아와 또 3시간 넘는 설전을 벌였다. 그 민원인의 경우 코로나 관련한 지원금을 받고 싶은데, 그것과 관련해서 증명서를 떼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기관에서는 없는 양식의 증명서였고, 없는 양식의 증명서를 함부로 만들어줄 수도 없기에 안된다고 수차례 설명하였으니 막무가내였다. 그녀와 싸우는 며칠 동안 나는 진이 다 빠지고 원래 해야 하는 업무조차 볼 수 없어 계속 일이 밀려 밤샘 근무를 해야 했다. 무엇보다 내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그녀가 내게 와서 이리 화풀이를 하고 말도 안 되는 증명서를 떼 달라고 생뗴를 쓰는 것이, 내가 '만만'해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조금을 받고 싶은 상급기관의 '공무원'이 설명을 잘못해주었음에도, 그곳에 가서 물어보라는 나의 말은 묵살하고 그 상급기관의 '공무원'에게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이 내 탓이라며 와서 엄청난 생떼를 쓰고 나에게 인신적인 공격까지 했다.

비단 이런 일뿐이 아니다. 일직과 숙직을 서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난과 욕설을 듣는데,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 욕들을 다 들어야 하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한다. 한 번은 문의전화에 답변을 해주었는데, 나의 답변이 민원인이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나 보다, 고래고래 화를 내며 너는 내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기나 할 것이지 어디에 대고 니 의견을 말하냐는 막말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식의 막말을 한 시간 동안 들었다. )


이런 부당항 행위를 당해도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 (자꾸 이런 태도가 이런 악성민원을 자꾸만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 내가 일하고 받는 급여에도 눈치를 보아야 한다.


왜 나는 잘못한 적도 없는데 을이 되어야 하는 걸까?

3.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

코로나 19 이후로 나는 우리가 그냥 정권 유지를 위해 쓰이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각종 일손이 필요한 일에 차출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공무원들이 고생한다'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국민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모를수 밖에 없고 그들도 충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이시기에 그저 우리를 이용하고 써먹기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것 같다. 하급공무원의 노동강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지속적인 업무지시에, 정부로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들은 애먼 공무원들로 돌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역학조사, 생활 치료소 차출 근무, 자가 격리자 감시 , 백신센터 지원 근무 등 각종 업무에 투입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고맙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오로지 더 많은 희생과 노동만을 강요받고 있다.

자가 격리자 감시의 경우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계속 업무를 해야 한다. 물론 출근하지 않고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업무도 많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추가 근무에 대한 인정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차제마다 다르긴 함) 어쩌다 한 달이 아니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퇴근해서도, 주말에도 계속 핸드폰을 보고 시간 체크하고 확인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정말 노동이 아닐까??

확진자에게 노출될 확률이 뚜렷이 높음에도 백신 접종 우선 대상조차 아니다. (백신 맞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냥 너무 푸대접한다는 거지) 나만해도 생활 치료소 차출 근무를 다녀왔다.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활 치료소 근무를 했었는데, 완벽하게 확진자와 완벽하게 차단된 곳이라고 그들은 주장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확진자들과 같은 건물 내에 지내면서 업무를 하는데도 나는 백신 접종 우선 대상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근무했던 의료진은 비슷한 업무를 함에도 이미 다 백신 접종 우선 대상자들) 또한 백신 접종 지원센터에도 차출 근무를 갔는데, 그곳에서 하루에 8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접촉했는데... 코로나 검사를 받고 가고 다녀와서 또 받으라는 안내만 받지 전혀 백신 접종 대상자로 고려받지 못했다.


공무원이기에 더욱 코로나로 인한 관리는 엄격하게 받고 있는데, 모든 공공기관에서 권장되는 '재택근무'를 우리는 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고용주이니 보통은 더 조중 받고 보호받는다고 생각하는데, 똑같다. 국가 또한 적게 돈 쓰고 더 많이 일 시키고 싶은 '고용주'일뿐. 그래도 일반 근로자는 '국가'가 보호라도 해주는데 우리는 그런 울타리조차 없는 느낌이랄까


자꾸만 줄어드는 급여에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물론 나보다 더 안 좋은 대우를 받는 노동자도 많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근로자로서 최저의 대우를 받는 것이 과연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일까?) 그렇다고 업무강도가 적은 것도 아니다. (업무강도의 경우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따라 다르고, 나는 나의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와 동기들은 배민 라이더라도 뛰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하는데 심지어 겸직 금지라 배민 라이더조차 뛸 수 없다 ㅎㅎㅎ


그래도 나는 이 일이 하고 싶은데

이전 글에 공무원이 된 이유에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 그래도 이 일은 '좋은 일'을 하는 일이라서 좋다고. 사기업의 경우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시스템이 돌아가는데, 적어도 공무원은 이윤을 위해 누구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나쁜 일 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고, 그런 궁극적인 일들로 인해 아직은 이 일이 나의 적성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마음만으로 언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또한 사기업이 이윤만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느껴진다면, 이곳에서 우리는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라고 느껴지는데 (특정 당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어느 당이 집권해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라 생각한다. ) 그렇다면 이곳이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곳이 과연 맞기는 한 건지, 내가 하는 일이 정말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 맞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드는데, 이런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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