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

1. 월급은 급수와 호봉에 따라 주면서 업무는 그렇지 못하다.

by 정다

그렇게 원하던 '첫 임용' 이후 시보해제까지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첫 임용 당시 소위 '빡센' 과에 발령을 받았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딱히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그곳의 분위기에 맞춰 거의 매일 8시까지 출근하고 10시에 퇴근하는 그런 6개월을 보냈다. 당시 그 부서는 정말 바쁜 곳이라 선배들의 경우 주말에 출근하는 일도 빈번했었는데, 주말에 불러주지 않는 것이 어디냐며(이런 멍청한!) 큰 불만 없이 6개월을 잘 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6개월 뒤였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팀을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 그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서러워 울었다. 나름 6개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 팀에서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내버리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을 옮기고 업무 배치를 받은 뒤 느낀 나의 감정은 '서러움'이 아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새로 가게 된 그 자리의 전임자들은 모두 7급 이상의 사람이었다. 그렇다 그 자리는 '7급'의 자리었다. '7급'중에서도 그 팀의 최고참이 맡는 자리였고, 심지어 내가 있었던 1년 반 동안은 5년에 한 번씩 하는 큰 조사를 치러야 하기에 그 전임자들이 있을 때보다 훨씬 몇 배는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그런 자리였다.(당시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지역의 공무원 중 9급은.. 전국에 나 한 명뿐이었다.) 그렇게 업무는 바쁘고 힘든 자리임에도 또 '공'은 받을 수 없는 자리였다. 그랬기에 전전 임자도 '도망'을 갔고, 나의 전임자도 '도망'을 간 것이며, 이런 도망이 반복되자 아무것도 모르는 이제 막 시보를 뗀 '9급'을 보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이것은 당시 나의 상사의 문제가 아니었고, 조직 전체의 문제였다. 당시 상사분들은 지금와서 생각해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다.)


단순히 일이 많고 바빠서 7급의 자리가 아니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을 직접 채용하고, 급여를 주고, 그들을 이끌어서 조사를 진행하고 그 외 다른 업무들까지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업무에 꽤 높은 책임감을 요하는 자리였다. 누가 봐도 9급이 하기에는 너무나 무리인 자리었다. 당시 그 팀에서 누가 봐도 나는 가장 바쁘고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막내'였기에 매일 '점심' 예약을 하고 시험감독 등 각종 차출에 나가야 했다. 매일매일 칼퇴하고 연가를 쓰고 아이를 핑계로 각종 차출을 미루던 그 '선배'를 보며 나는 화가 났다.


저 사람은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나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온갖 핑계를 대고 이일을 하지 않아서 힘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떠맡아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끙끙거리며 고생하는데, 어쩜 저럴 수 있는 거지?


일은 저 사람들의 몇 배를 하는데 저 사람들의 월급은 그사람들의 반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분노'하는 와중에도 일은 열심히 해 당시 그 큰 조사를 총 관할했던 국가기관에서는 인정 받아 '상'도 받았지만 우리기관에서는 그런 나의 노력과 공은 '9급'이라는 이유로 무시했고 그러한 분위기 탓에 승진조차 동기들과 후배들한테 밀려 뒤지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자세히 따로 적겠다.)

우리팀에서 나에게 일을 모두 미루던 선배와 원래 내 일을 했던 나의 전임자는 같은 급수에 비슷한 호봉이었다. 그 사람들과 나는 본봉만 100만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



모든 동기들이 나처럼 급수에 맞는 않는 자리에 가서 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는 꽤 있었고 (그중에서도 나는 정말 심한 케이스였다. 5년에 한 번 정말 심한 일 폭탄이 몰아올 때 밀어 넣어졌으니..)


어떤 일을 하든 급수와 호봉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니, 딱히 승진 욕심이 없거나, 승진 타이밍이 아닌 높은 급수의 공무원들이 굳이 '힘든'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각종 인맥과 '아이 핑계'를 동원하여 편하고 간단한 업무를 하는 곳으로 가려고 하고, 그러고 나면 그 빈자리는 최저임금이나 겨우 받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이곳의 구조가 된 것이다.


심지어 이곳은 윗급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나의 기수 동기들의 승진이 늦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작년 겨울에 벌써 모두 승진했을 나를 포함한 동기들 중 1/3 정도만 간신히 승진을 한 상태다. 이렇게 선배가 많아서 승진은 못시켜준다면서, 또 사람이 없다며 각종 험한자리에 힘없는 9급들을 보내고있으니... 정말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9급이든 7급이든 과연 힘든 일을 하고 싶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고 싶어 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곳이 과연 나의 평생직장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