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 #2

2.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 조직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다.

by 정다

근무평가는 업무 순이 아니라 임용순이라니...

정신없이 일을 하는 와중에 시간은 흘러 근무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곧 승진을 앞두고 있던 '나'였고 적어도 우리 국에서 9급 중에는 누구보다 많은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에 솔직히 '근평'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 업무뿐 아니라 당시 내가 속해있던 부서가 주무부서라 근평에서 유리한 것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던 내 기대는 와장창 무너졌다. 앞에 승진 못한 선배들이 있으므로, 근무평가는 그 선배들을 우선순위로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어차피 내가 근평을 잘 받더라도 이번 승진은 선배들을 우선순위로 시켜줄 것이므로, 근무평가를 줄 수 없다는.. 답변.. 이 부서에 남아 6개월만 더 고생해주면 그때는 꼭 근무평가를 챙겨주고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답변... (당시 나의 직속 상사께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셨지만, 근평은 그것보다 더 윗선에서 결정되는 문제였으므로... 당시 나의 직속 상사의 잘못은 아니었다. )

나는 정말 억울했다. 이번에 승진을 못하더라도, 근무평가는 누적이므로 이번에 받은 평가로 다음 내 승진 차례에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무조건 선배 우선이라니. 이렇게 근무평가를 임용순으로 줄꺼라면 업무도 그렇게 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게 근무평가를 주지 않을 거라면 일도 시키지 말았어야지. 애당초 본인들이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 선배를 데려다 이 일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6개월 뒤에 준다고? 나의 '현재'도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6개월 뒤'를 어떻게 보장해 준다는 것인지 솔직히 믿을 수도 없었다. (역시나 그랬다. 9급이라는 이유로 예외는 안된다며 나는 그 부서에 잔류하는 것을 실패했고,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2년간 고생은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새로운 부서는 새로운 사람이기에 근무평가를 받지 못했고 결국 나는 승진할 타이밍에 후배한테 까지 밀려 승진하지 못했다. )


그리고 더 억울했던 것은, 이렇게 선배한테 밀려서 근무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나'에 게만 일어난 것이었다. 우리 기관의 근무평가는 '국'단위로 이루어지는데, 당시 도대체 인사팀에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승진 못한 9급 선배'들을 죄다 내가 속한 국에 밀어 넣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국에 있는 어떤 내 동기들은 그 '국'에서는 최고참 9급이 되므로, 그런 경우 동기들은 제대로 된 '근무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인사팀에서 인사배치 당시 급수와 임용 연도를 배려하여 적절한 배분을 했어야 했는데, 인사팀에서 '9급'들은 정말 신경 써 주지 않았고 운나쁘게 내가 그 '피해자'가 된 것이다. ) 일은 일대로 하고.... '근무평가'는 받지 못하는.....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을까?


사실 이렇게 모든 업무평가를 '임용순'으로 하지는 않는다. 윗 급수의 경우 능력이나(때로는 인맥) 등으로 업무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임용과 상관없이 승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9급'에는 그런 예외를 적용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일을 시킬 때는 '9급'이라서 못 시키는 일 없고 예외도 주지 않더니, 내가 일을 하지 않고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평가를 달라는 것인데 '9급'이라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당시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고 이로 인해 한동안 근무 의욕을 잃어버렸다. 일의 재미도 잃어버렸고, 흥미와 열정도 사라져 오로지 '책임감'만으로 남은 기간 꾸역꾸역 일을 했다.

어떻게 인사배치를 이렇게 할 수 있으며(왜 내가 속해 있는 국에만 선배 9급을 모아놓은 것인지)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 단 0.1의 배려는 없고 모든 상황을 무시할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이런 일들이 내가 이 조직의 '최약자'기 때문에 '특별히 나에게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 화가 나고 억울했다.


내가 약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나를 이용만 하고 존중은커녕 제대로 된 보상조차 주지 않은 이 조직을 위해 내가 노력하고, 힘듦을 참아가며 일을 해야 할까??


나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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