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결정 하기 힘들었던 이유

아이는 좋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by 정다

결혼을 했지만, 임신과 출산이라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해마다 내년쯤 가지는게 어떨까?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확실한 결정과 실천을 하지 못했던 우리였다. 어느날 예상치 못하게 임신이 되어, 아이라는 축복의 순간을 만날 수 있게되었지만, 만약 그렇게 예상치 못한 임신이 아니었다면 우리부부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채 고민만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는 아이를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아이를 꼭 꼭 낳을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아니 아이를 전혀 갖지 않을 생각이라면 (딩크를 선택한 경우를 의미한다. ) 굳이 결혼이라는것을 꼭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가졌다. 아이가 결혼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었고, 아이도 없는데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책임과 의무를 지어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나는 아이를 너무 원하는것과는 반대로, 결혼제도나 결혼생활에대해서는 꽤나 회의적인 사람이었기 떄문이다. )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임신과 출산이라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없었다.




우선 결혼을 하고 나니, 나의 삶은 더 여유가 없어졌다. 회사는 멀어졌고, 퇴근하고도 쌓여있는 집안일을 처리하기 바빳다. 결혼 전이야 부모님 집에서 함께 거주했기에,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 출근을 해도, 빨래 걱정 청소걱정 없이 지냈지만 (그리고 그때는 집이랑 회사도 가까웠다. ) 결혼을 한 후에는 이 모든것을 내가 처리하려니 (게다가 출퇴근 시간은 더 길어졌다. ) 도무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결혼은, 퇴근후 오붓하게 둘이 앉아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는데, 잦은 야근으로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일조차 드물었고, 6시 칼퇴근을 하더라도, 집에오면 7시, 조리하면 8시 먹고 치우면 9시가 넘어버려서, 그렇게 오붓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다니면 나 혼자, 우리 둘이 살기도 버거운데, 과연 아이를 잘 케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6시 칼퇴근을 한다면 여유가 생길까? (그런데그런 부서로 배치받는 것이 내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 주말 출근을 안한다면 그래도 괜찮을까? (당시 주52시간이 한창 열풍이었는데,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라 주52시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


경제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우리 둘의 급여는, 우리 둘이 벌어 우리 둘이 급급히 살 수 있는 정도다. 집도 물론 자가도 아니고, 갚아야 할 빚도 있기에 '맞벌이'가 필수였고, 이 '맞벌이'를 통해 플러스 알파의 삶이 아닌 그냥 보통의 삶을 급급하게 살고 있었다. 아이의 서울대를 위해서는 조부모님의 경제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던데, 우리는 그렇게 아이를 지원해주실 조부모님을 가지지 못했다.

또한 임신을 한다면, 우선 나는 최소 1년정도는 쉬어야한다. 육아휴직 수당 제도가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심지어 공무원의 경우 기여금을 내야해서, 사기업의 보통 사람들보다 받는 육아휴직 수당이 적다. ) 둘이 풀로 일을해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마당에, 1년 휴직을 한다면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만 늘어나니 그래도 조금씩 하던 저금은 전혀 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또한 복직을 한 이후에도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전처럼 야근과 주말출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에 배정받는 다는 것은 많은 배려를 받는 것이지만, 그렇게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2-30만원씩 받던 수당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집. 서울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 자가는 물론 아니고, 공무원이라는 신분 덕택에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나랑 나이가 같은 이 아파트는 좁고 낡았지만, 그래도 관리가 잘 되어있어 우리 둘이 살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이와 함께 살기에는 너무 비좁은 아파트다. 직장이 서울인데, 지방으로 이사 갈 수도 없고 (심지어 가까운 경기도 조차 비싼 요즘이다. ) 아이가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방을 쓸 수는 없은것 아닌가? 어떤 연예인은 키우는 강아지조차 개별 방을 만들어 줬던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 본인 소유의 방 하나 줄 수 없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또한 임대아파이기에 거주기간에 제한이 있다. 살수 있는 기간이 모두 끝난후, 우리는 원하는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길 수 있을만큼 저금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우리월급을 한 푼도 안쓰고 숨만쉬고 모아도 그것은 불가능할듯 하다. )


결혼직전에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집값은 아직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은행 이자까지 올라서, 우리는 자가매매는 커녕 더 넓은집 전세로 가는것도 힘들어졌다. (너무나 오른 집가격과 은행 이율에 청약가격까지 올라 우리는 당첨된 청약도 포기하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올리지못해 안달이 난 현정부에 정말 화가나지만 내가 무슨 힘이 있을까?



앞에서 말했듯,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꼭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임신을 쉽게 결정 할 수 없었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주고, 최대한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내가 그것들을 해 줄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가 많아질 수록 임신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를 가질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딩크를 선택할 것인지 꽤나 빠른 시간에 결정해야했고, 그랬기에 걱정과 고민이 더 많았었다.


다행히 사고처럼 임신이 되어서, 저 많은 고민들이 의미가 없어졌고, 어쨋든 지금은 씩씩하게 열심히 임신과정을 보내며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하고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부분 고민과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찾아와준 아이에게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좋은 방법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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