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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Oct 20. 2019

내게만 어려웠던 합격의 과정 #2

남들은 쉽게도 합격하던데 온갖 과정을 다 겪고 나서야 합격했다.

 추가 채용에서 마킹 실수로 인한 불합격을 맛보고, 너무 좌절감이 커서 한동안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온갖 불운한 나쁜 생각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관운이 부족하다는 사주 아줌마의 말이 자꾸 떠올랐고, 27살에 취업했을 때 기세 좋게 안 가기로 마음먹었던 그 회사가 너무 아쉬워서 자꾸 그 회사 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생각했다. '맞아. 나는 마킹 실수로 불합격했어. 나는 실력이 없어서 불합격한 게 아니야. 내 실력은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정도야. 마킹 실수를 했어도 다른 지역에 지원했다면 충분히 합격했을 점수야.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실력이 없는 게 아니야.)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이전보다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다가온 4월 국가직 시험을 보았다.


첫 번째 합격. 2018년 4월 국가직 9급 우정사업본부 서울.

 마음을 고쳐먹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 전에는 항상 어떻게 하면 가장 커트라인 낮은 지역에 운 좋게 붙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지역을 정했는데, 2018년 국가직 9급을 지원할 때는 그냥 지원하고 싶은 서울지역에 지원하였다. 일반행정은 사실 너무 소수로 뽑았고(자신감이 생겼다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ㅎㅎ), 병무청, 고용노동부, 우정사업본부 이 직렬 세 가지 중에서 고민했었는데, 오로지 우정사업본부만 서울 직렬로 따로 지원할 수 있었기에 그냥 우정사업본부로 지원했다. ( 이전까지는 취업만 된다면, 공무원 합격만 시켜준다면 어느 산골 오지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해에는 다 필요 없고 그냥 쭉 살던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해 4월에 치러진 국가직 9급 시험은 정말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국어, 한국사 모두 정말 정말 어려운 시험이었다. 특히나 한국사가 정말 어렵다고 느껴져서 한국사가 과락이 나올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국어 점수가 무려 65점이었다.ㅠㅠ)  


 정말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이상하게 시험을 보고 나오는데 마음이 덤덤했다. 필기 합격은 할 수 있겠구나.(한국사만 과락이 아니라면 ㅎㅎ) 잘하면 추가합격으로 최종 합격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채점을 해보니 대략 360점대였다. ㅎㅎ(사실 시험 볼 때 국어를 못 봤다고 생각 안 했는데 막상 채점해보니 65점이라서 너무 놀랐다 ㅎㅎ하지만 많이 걱정했던 한국사는 오히려 예상외로 선방해주어서 한국사에서 한받은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방어할 수 있었다.) 모의채점 사이트에 넣기 전에 남자 친구에게 점수를 말하며, '필기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더니 이미 합격해서 근무하고 있던 남자 친구가 '아무리 시험이 어려워도 360점대가 무슨 수로 합격을 하니'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ㅎㅎ. 그런데 정말 내점 수면 필기 합격권 안에는 드는 점수였다. (하지만 추가합격을 하기엔 아슬아슬한 점수였다.) 그래도 드디어 필기 합격이라도 하는구나, 드디어 면접이라도 갈 수 있다고 두근거리며 점수 공개날만을 기다렸는데.. 아니 이게 웬일... 마킹 실수를 또 했다 그만. 마킹 실수를 또 하는 바람에 한 문제가 더 맞아버린 것..;;;;

 살다 보니 이럴 수도 있네... 선택과목이었기에 약 2점 정도의 이익을 봤고, 그 덕분에 모의채점 사이트 내에서 내 등수는 꽤 많이 올라서, 추가합격만 한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등수였다. ( 생각해보니 마킹 실수로 점수가 올라도 최초 합격 기대 점수는 아니었구나..ㅎㅎ)


그리고 드디어 두근거리는 대망의 필기 합격 발표의 날.


  공무원 준비생 카페에서 공지된 합격자 발표날 보다 하루빨리 , 보통 오후 6시에 합격자에게만 합격 문자가 온다고 정보를 듣고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정말 드디어 그렇게 내가 바라고 바랐던 그 합격 문자를 받았다. 너무너무 받고 싶었던 그 문자. 지방직 9급 시험이 코 앞이라 그날 독서실에 앉아있긴 했었는데(하루 종일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긴장되어 공부를 잘할 수는 없긴 했었다 ㅎㅎ), 문자를 받고 너무 기뻐서 독서실 휴게공간으로 가서 엉엉 울었다. (떨어져도 울고, 합격해도 울고, 알고 보니 그냥 상습 울보였나 보다 ㅎㅎ)  모의채점에서는 필기 합격은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지만 정말 합격 발표를 하기 전까지 100%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하루 종일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혹시나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봐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기다렸다.)


 그날이 5월 6일이라 어버이날 바로 직전이었는데, 취업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한 몇 년간 처음으로 5월에 기세 등등하게 집에 들어가 부모님께 필기 합격 사실을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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