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만병의 근원은 회사인가
회사일로 우울하거나 힘들어서 휴직을 한 것은 아니고,(회사 일로 안힘들고 안우울했던 것은 아님) 단지 임신을 해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뿐이다.
100일도 안된 신생아를 키우는건 회사일 만큼이나 고되고 힘든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가 느끼는것은 출근을 안하니 나의 몸에서 '화'가 사라졌다는 것.
회사를 다닐떄는 늘 화나있고, 빡쳐있는데, 어느날 부터 나는 빡치지도 않았고, 화가 나있지도 않으며, 화를 내본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봐라 나는 원래 이렇게 온순한 사람이었다. )
왜 나의 몸에서 화가 사라졌는지 조금 생각해 보았다.
불합리한 일들이 없어졌다. (회사에는 불합리한 일들 투성)
: 말도 안되는 업무분장, 말도안되는 이상한 행사들과 그를 위한 쓸데없는 잡무들, 일한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한 근평체계, 말도안되는 이상한 민원들과, 그냥 그사람 말들을 무조건 들어주라는 윗사람들, 자식뻘의 어린 직원들의 고생따위는 전혀 생각 하지 않고, 자신의 소소한 잇속 챙기느라 정신없는 윗사람들
부당한 일이 없어졌다. (회사에는 부당한 일들 투성)
: 주말에 땡볕 야외에서 하루종일 부려먹고 고작 일당 4만원을 준다거나(밥값 포함임) , 몇년을 일한 직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준다거나, 6급이 하던 일을 그의 월급 절반밖에 안되는 급여를 받는 어린 직원에데 시켜놓고 왜 못하냐고 타박한다거나, 일하다가 다쳤는데도 산재가 안되서 치료비를 모두 내돈으로 감당한다거나....눈오고 비올떄 네다섯시에 출근시켜놓고, 교통비 지원은 커녕 최저임근수준의 초과근무로 퉁치고, 낮에 원래 업무까지 해야하는, 잘못하지 않은 일로 민원인한테 몇시간씩 갈굼당하는 그런일들
이런 부당한 일이없다. 누군가는 당연히 겪지 않는 일들을 당연하게 겪고, 당사자가 아닌 윗사람들은 그 일로 힘든지, 괴로운지 조차 신경쓰지 않았던 그런 일들
새벽에 깨서 수유를 해야하고, 말 안통하는 아이가 몇시간을 울어도, 그래도 얘는 아기니까 그럴수 있고 아기니까 그러는거다. 이건 전혀 불합리한 일들이 아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빡치지는' 않는다.
아이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쉬운 일들은 아니지만, 그 아이가 당연히 요구해야하는 것이고, 그 아이의 생존이 걸린것이기에 부당한 요구는 전혀 아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화나지'는 않는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0일 이전의 신생아를 돌보는건 꽤나 고된 노동인데, 복직하고 싶다는 여러 엄마들 사이에서, 와 회사를 안가니 온몸에서 화가 사라졌구나라고 느끼는 나는 꽤나 슬프다.
나의 직장이 그만큼이나 별로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