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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3. 2023

책을 쓴다는 것.....


'중남미 이해'라는 책을 1권과 2권으로 분권 해서 지난 3월 30일 출간했다. 분권 계획은 없었지만 책의 분량이 900여 페이지에 달하다 보니 출판사에서 제본이 어렵다며 분권을 제안해서 그렇게 되었다. 1권이 490 페이지, 2권이 400 페이지이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머리말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2008년 늦가을 중남미 관련 강의요청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것을 인연으로 30년 넘게 중남미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무를 수행했다. 1981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해외생활은 도미니카(공), 미국 마이애미, 아르헨티나, 스페인, 멕시코, 칠레 등으로 이어지며 중남미와 연관지역에서 거주한 기간만 해도 20년에 가깝다.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많은 사건들을 현장에서 보고 느꼈고 여기에 공무를 수행하면서 당연하게 많은 자료와 서적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흡수해 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남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평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자료를 잘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고 체계적으로 준비되지 않았음을 처음으로 크게 느끼고 당황했으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 충격을 계기로 마음을 새롭게 하고 중남미 지역에 대한 연구를 2~3년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벌써 14년이 흘러버리고 이제 겨우 중남미 지역에 대한 원론적 책의 집필을 마치고 머리말을 쓰고 있다. "


 그렇게 해서 시작된 중남미 지역연구와 집필이 출간까지 14년 반이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출간했다.


"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마음에 스며들고 있는 솔직한 나의 감정은 이 정도의 책을 쓰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보냈는가에 대한 나의 무능에 대한 부끄러움과 집필의 결과물인 책의 내용에 대한 독자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출간의 용기를 가져본다. "


 집필의 목적은 중남미를 이해하는데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남미는 33개 독립국가로 이루어진 큰 대륙이며 우리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지만 지리적으로 먼 탓에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각의 교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중남미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현미경을 이슈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 이 책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중남미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배경이 된다고 생각되는 이슈들을 가급적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주장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이슈의 선정과 설명 및 편집 과정에서 필자의 의도가 게입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  


 이슈를 선정하고 조정하는 데 있어서 의외로 많은 고민이 있었고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에 나오는 17개 이슈와 세부 목차를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이 정도를 가지고 그래야만 했을까 하고 생각되지만 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선택과 조정을 했고 표현에 고민했다. 이슈들은 필자가 중남미 지역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사건과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앞으로의 동향을 예측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해와 분석의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선정했음을 밝혀둔다.


 다만 이 이슈들은 모두 동등한 가치들이 있다거나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즉 이슈의 범위와 주제는 이 글을 읽는 학자, 전문가, 독자들의 견해에 따라 더 넓어질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으며 빠지거나 더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바라는 것은 독자들이 이슈라는 현미경을 가지고 중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현상을 보다 균형감 있게 분석하고 이해하며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합리적 전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선정된 개별 이슈에 대한 분석을 위해 필요한 자료와 서지를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는 것과 이들을 읽어내고 조각 정보들을 찾아내 연결하고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


 따라서 책의 내용은 중남미를 조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 이 책은 크게 환경,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5개의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환경부문은 자연, 자원, 문화, 비즈니스 환경 등 4개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이어서 정치부문은 정치, 통합, 전쟁 등 3개 이슈, 경제부문은 경제사, 산업, 소비시장 등 3개 이슈, 사회부문은 부패, 범죄와 폭력, 사회운동 등 3개 이슈, 외교부문은 미국, 중국, 쿠바, 한국 등 4개 이슈로 총 17개 이슈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17개 이슈들을 5개 부문으로 분류하는 것도 전적으로 필자의 판단에 의한 것인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


필자는 이 책의 독자로 중남미라는 대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계층을 상정하였다.


" 필자가 상정하고 있는 대상 독자들은 중남미 지역 진출정책을 입안하고 시장개척을 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의 정책입안자들과 비즈니스맨들이다. 이는 평생을 이 영역에서 일해 온 필자의 당연한 바람이다. 이 책이 중남미 시장에 대한 단편적 이해에서 올 수 있는 편견을 떨치고 보다 균형감이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중남미 지역에 관심을 가진 미래의 자산으로서의 학생들이다. 필자가 비록 교수 등으로 대표되는 학자가 아니라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평생을 이 지역에서 활동해 왔고 중남미 지역 현장경험을 충실하게 가지고 있으며 문제해결에 능한 전문가로서 해주고 싶었던 관점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중남미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들을 포함한 일반 독자들인데 모쪼록  생소한 지역에 대한 보다 많은 이해를 도모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제 정리해 보면 오십 대 후반부터 시작한 책 쓰기를 일흔이 넘겨서야 끝낸 셈이다. 이 긴 시간을 이끌어 온 마음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아마존에서 구입한 각종 전문서적만 해도 200여 권에 달하며 많은 외국의 중남미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검토했다. 내가 먼저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이 때로는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만 모두 극복하고 이제 끝났다. 중남미에 대한 나의 애정과 열정이 내가 가지고 있는 중남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눔'했다는 것에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중남미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 독자들이 나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것이다.


" 이 책은 개정판을 출간할 생각을 가지고 집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필자의 연령이 이미 일흔을 넘겼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술상 불가피하게 통계를 인용하다 보니 종종 개정의 필요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한 앞으로 개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집필하는 오랜 기간 동안 음양으로 필자를 지원해 준 아내 수연, 딸과 아들 영현과 호재 그리고 며느리 영은 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


주변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도록 권유했지만 나는 애시당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 명예나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생각 없이 순순한 마음으로 집필했다. 그러나 아들 내외가 중심이 되어 가족이 섭섭하다며 깜짝 가족 출판기념회를 준비해 주어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손자 범준에게 할아버지가 조그만 유산을 전해 줄 수 있어 마음이 흡족한 것은 핏줄이라 어떻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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