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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Jun 22. 2023

나쁜 것은 겹쳐서 온다

- 병상첨병 -

 '병상첨병'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병을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병이 겹쳐온다는 말이다. '엎친데 덮친다'는 것이다. 결국 나쁜 것은 겹쳐서 온다는 것을 경험한 5월과 6월이었다. 아내도 내가 이렇게 길게 잔병치례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시작은 4월 마지막 주부터 콧물이 흐르고 가래가 생기며 잔기침을 하는 등 통상적인 감기 증상이었다. 방송에서 코로나가 엔데믹이 되어가며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감기라고 생각하고 항상 그랬듯이 동네 가정의학과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이 콧물은 점점 노래지고 가래가 잦으며 기침은 더욱 심해졌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전체적으로 점점 컨디션이 나빠졌다. 코가 막혀 호흡에 지장이 생겨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샘하기 시작했고 편두통이 며칠 계속되어 정신을 빼놓기도 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해 보고 축농증이 매우 심하다고 했다. 가래기침이 몇 주 계속되니 가슴이 결려서 힘들었다. 오른쪽 귀는 중이염이 생겨 먹먹하게 막혀버렸고 눈에는 각막염이 생겨 일주일 동안 계속 붉은 상태를 유지했다. 평생 몸속에서 없어지지 않은 치질은 몸 상태가 불안해지니 덩달아 성이 나서 통증을 주었고 기침을 많이 하면 하혈도 했다. 이와 함께 소변장애도 계속되었다. 목은 상시적으로 부어 뜨끔뜨끔해서 소금물로 가글을 계속해야 했는데 자다가 일어나 가글 하기도 했다. 3~4일 계속되는 편두통이 끝나도 이마와 코 부분에 항상 미열이 느껴져 얼얼했다.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는 약을 계속 복용하니 입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쓴 맛이 올라왔다. 따라서 허기가 느껴질 때 만 먹는 둥 마는 둥 맛을 느끼지 못한 채 음식물을 섭취했다. 한 번은 기침이 너무 심해 숨이 차고 기침을 할 때마다 왼쪽 몸통이 심하게 결려서 3일 밤을 누워있지 못한 채 컴퓨터를 켜놓고 유튜브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약을 복용한 뒤 나타난 졸음도 계속되었다. 약을 먹고 나서 나도 모르게 책상 앞에 수시로 졸고 있었다. 졸고 나면 뒷목이 뻐근해 한참 동안 목운동을 해야 했다.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찌뿌듯하고 멍한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 몸의 말초에서 모두 문제가 생겨버린 꼴이 되었다. 모든 것이 동시에 와서 2개월 가까이 나를 잔뜩 괴롭혔다. 그리고 이제 회복하고 있다. 오늘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축농증세와 가래 그리고 중이염이 많이 좋아져 일단 3일 정도 더 약을 복용하고 이제 끝내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초부터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몸이 편해지고 가벼움을 느낀다. 막혀 답답했던 귀도 이틀 전부터 뚫려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그 지겨웠던 노란 콧물도 이제 멈췄다.


 아내는 내가 지난 14년 넘게 '중남미 이해'라는 저술을 하면서 쌓였던 피로와 긴장의 이완으로 생긴 잔병치래라고 한다. '책을 쓴다는 것 ....'(https://brunch.co.kr/@hsk4243/101)에서와 같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마음을 써왔고 이제 3월 30일 출간을 한 뒤 3주 동안 출판사로부터 150부를 구입해서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택배 배송을 마치고 난 뒤부터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긴장의 끈을 놓고 '아~ 이제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격이 시작되었으니 ....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도 노화의 결과이다. 이제 나이가 70을 넘겨버렸으니 약도 과거와 같이 잘 받지 않는댜. 항생제를 2개월 복용한 셈이 되었다. 또 개선이 되지 않아서 항생제를 두 번이나 바꾸었다. 2주 전에 항생제 처방을 바꿨길래 약사에게 차이를 물어보니 과거 항생제가 효과가 없어 의사가 조금 더 만성인 환자에게 주는 항생제로 처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저항력과 회복력이 떨어진 것이다. 내 나이에 큰 병 걸려서 누워있지 않은 것만 해도 내가 믿는 하나님께 항상 감사드리고 살지만 이 번 일을 겪으며 나는 건강에 대한 자신을 하지 말고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달래며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을 달랜다는 것 ....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선 노화를 받아들이며 노쇠하지 않도록 먹는 것에서부터 몸과 마음의 움직임까지 생각해야 할 것과 실행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한 현실 속에서 최대한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고 또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 것은 내가 요즘 말하는 백세 시대에 장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아파서 자식 등 가족을 포함한 주위에 폐 끼치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아프면 괴로우니까 피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뜻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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