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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r 31.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

- 카페 마요르카와 그란 비아 -


아침 식사는 전 날 카르푸에서 산 꽤 실하게 보이는 바게트 빵에 그란 비아(Gran Via) 거리에 있는 ‘무세오 데 하몬(Museo de Jamon)’이라는 이름이 잘 알려진 가게에서 구입한 이베리코 베요타 햄(jamon Iberico Bellota)을 올려 커피와 함께 때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아침 식사는?’ 하고 물어본다.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도착 다음 날부터 무슨 아침 식사를 집에서 한다고...’ 하며 불평한다. ‘그렇기도 하다’라는 마음으로 ‘그러면 그란 비아 거리의 카페에 가지’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좀 거리는 있지만 세라노 거리(Calle Serrano)에 있는 ‘카페 마요르카(Cafe Mallorca)’를 가면 어떨까 하고 물어봤더니 ‘남는 것이 시간인데 무슨 문제냐’고 한다. 거리를 측정해 보니 편도 1.7 킬로미터이다.


 이 카페는 2019년 가을 스페인 여행 때 ‘알칼라 문(Puerta de Alcala)’과 연결된 세라노 거리를 걷다가 우연하게 들어간 곳이었다. 아내는 에스프레소 그리고 나는 카페 콘 레체(카페 라테)를 주문해 빵과 함께 먹었는데 맛이 있었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1931년에 개업한 잘 알려진 카페라고 한다. 아내는 한국에 돌아와서 종종 이 카페에서 마셔 본 에스프레소 얘기를 했다.


알칼라 문


 그란 비아 거리에서 ‘파세오 카스테야나(Paseo Castellana)’ 대로 방향으로 내려오면 ‘시벨리우스 광장(Plaza Cibeles)’을 만난다. 이 광장을 건너서 ‘알칼라 문’ 쪽으로 올라가면 세라노 거리를 만나고 여기에서 좌회전해 조금 가면 ‘카페 마요르카’ 간판이 보인다.


시벨리우스 광장
알칼라 문 (세라노 거리방향에서 촬영)
카페 마요르카(Cafe Mallorca), 세라노 거리(Calle Serrano)


 다시 방문해 본 카페는 변한 것이 없다.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에스프레소 더블과 카페 콘 레체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아내는 자신의 샌드위치와 내 샌드위치의 절반을 꿀꺽하고 착즙 오렌지 주스 한잔을 추가로 주문해 시원하게 입가심을 했다. 그녀의 아침식사 만족도가 매우 높다.


카페 마요르카 1
카페 마요르카 2
카페 마요르카 3


카페 마요르카 4
카페 마요르카 5
카페 마요르카 6
카페 마요르카 7


 아침 식사 후 오늘은 그란 비아 거리를 중심으로 정처 없이 산책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선 날씨가 이슬비 뿌렸다가 개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고 여기에 쌩하게 차가운 바람도 함께 불어서 목깃을 감싸도 으슬으슬한 냉기가 느껴진다. 날씨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면 어렸을 때 어른들이 ‘오늘은 호랑이 장가가는 모양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란 비아 거리’는 마드리드의 중심 거리 중의 하나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역사적 장소가 많은 구시가지의 중추 도로이다. ‘알칼라 거리(Calle de Alcala)’에서 시작해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에서 끝나는데 주요 역사적 거리를 모두 연결하고 있다. 도로의 건물도 매우 웅장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이 번창하며 많은 상가와 식당이 넘쳐난다. 움직이는 차량과 인파도 많다.


알칼라 문쪽에서 본 그란 비아 거리 입구
시벨리우스 광장에서 본 그란비아 입구
그란비아 1
그란비아 2 - Institute of Cervantes
그란비아 3- Bank of Spain
그란비아 4
그란비아 5
그란비아 6


 ‘카페 마요르카’에서 출발해 다시 역순으로 ‘그란 비아 거리’로 들어와 생각 없이 여기저기 걷다 보니 ‘마요르 광장(Plaza Mayor)’이 보인다. 역시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이다. 많은 관광객 사이로 아프리카에서 목숨을 걸고 넘어온 이민자들이 좌판을 벌이고 잡동사니를 팔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항상 사방을 경계하며 짐을 싸들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좌판의 천 모서리를 줄로 연결해 줄 끝을 한 손에 잡고 있다. 줄을 잡아당기면 보따리가 되어 상품을 분실하지 않고 빠르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참 고단하구나’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서 애잔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요르 광장 1- 입구 계단
마요르 광장 2
마요르 광장 3
마요르 광장 4
마요르 광장 5
마요르 광장 6


 ‘플라자 마욜 광장’에서 뻗어 나가는 여러 갈래 길 중 한 곳을 따라가면 관광객들의 인기 방문지 중 하나인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을 만난다. 원래 이곳은 중세시대에 노천시장으로 시작했다. 내가 마드리드에 거주했던 2000년 초기에만 해도 품질 좋고 싱싱한 농수산 목축 식품을 팔던 시장이었다. 아내와 나는 주말에 이곳에 와서 시장을 보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지금은 스페인 전통 음식인 각종 타파스(Tapas:스페인 식당이나 바에서 본식 전에 주류 또는 음료와 함께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간단하게 먹는 전식)를 파는 장소로 바뀌었다. 연간 방문객이 천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산 미겔 시장’은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영업도 동시에 하니 주변이 산만하고 날씨도 비바람이 불어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넘쳐난다. 하여튼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 미겔 시장 1- 리모델링 중
산 미겔 시장 2
산 미겔 시장 3
산 미겔 시장 4
산 미겔 시장 5
산 미겔 시장 6
산 미겔 시장 7
산 미겔 시장 8
산 미겔 시장 9


 ‘산 미겔 시장’을 나와 또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솔 광장(Plaza del Sol)’에 도착한다. 이곳도 역사적 장소인 관계로 정말 사람들이 넘쳐났다. 또 이 광장은 구시가지의 많은 지선과 연결되는데 어느 길로 들어가던지 그 길의 건물들이 아름답다. 그만큼 관리를 해서 그렇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관광 상품이다. 눈과 마음으로 보면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정말 대단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솔 광장 1
솔 광장 2
솔 광장 3
솔 광장 4
솔 광장 5
솔 광장 6
솔 광장 7
솔 광장 8 - 주변 골목길
솔 광장 9 - 주변 골목길
솔 광장 10 - 주변 골목길
솔 광장 11- 주변 골목길
솔 광장 12 - 주변 골목길


 인파로 덮인 ‘솔 광장’을 뒤로하고 어느 길로 접어들었더니 저 멀리 ‘마드리드왕궁(Palacio Real de Madrid)’ 이 보인다. 지금 스페인 왕은 다른 장소에 거주하고 이 왕궁은 주요 행사에만 사용된다. 왕궁은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왕궁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많이 가 본 곳이기도 했고 다른 날을 잡아 올 생각 이어서이다. 더군다나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고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어 길가 건물 모퉁이에 있는 스페인 식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스페인 전통 수프와 파에야를 주문해서 충분하게 먹었다.


멀리 보이는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 길목의 스페인식 식당 1
마드리드 왕궁 길목의 스페인식 식당 2


 아직 시차가 풀리지 않아 잠을 충분하게 자지 못한 데다가 아침부터 걸어 다니다 보니 아내가 무릎도 아프다고 해서 집에 돌아기기로 했다. 구글 맵을 켜고 낯 선 골목과 거리를 돌아 집까지 도착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에서 가까운 카르푸 마켓에 들러 딸기, 망고, 자두를 구입했다. 오늘 하루 일상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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