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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17.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9)

- 그라나다 마지막 날의 도시 산책 -

 오늘이 그라나다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길게 생각되었던 일정도 어김없이 끝나간다. 그동안 우리의 동선은 그라나다의 역사 지구인 알바이신 지역과 호텔이 있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오늘은 북서쪽으로 가 볼 생각을 가지고 목적지를 물색하던 중 ‘그라나다 투우장(Plaza de Toros de Granada)’이 눈에 들어온다. 호텔에서의 거리가 2.9 킬로미터가 나온다. 이곳을 가면서 북서지역의 도시 분위기를 보기로 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 기온이 서늘하다. 기온을 보니 18도이다. 마치 걷기에 좋다. 애플 지도 앱을 켜고 움직였으나 대강 대로를 이용해 간다. 애플 앱이 스스로 동선을 바꾸며 따라온다.


 대로변 아파트 베란다에 잘 가꾼 꽃이 눈에 띈다.


 그라나다의 길을 걸으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리에 설치된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다.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사이즈도 크거니와 옆을 지날 때 냄새가 난다. 주변 거주자들이 쓰레기를 이곳에 버리는 것 같은데 마드리드나 그동안 지나온 다른 도시들에 비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 도시들에서는 이 것들이 의식이 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냥 쉽게 눈에 보인다.



 걷다 보니 ‘왕립 산 제로니모 수도원(Real Manasterio de San Jeronimo)을 만난다. 처음에는 규모가 큰 성당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입구에 수도원 명칭이 쓰여 있다. 관광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던데 와보지 않아서 들어가 사진 몇 컷을 찍는다. 도심 가운데 있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오니 적막함이 느껴진다.



 투우장 가는 길에서 만난 도시 풍경은 주거지역으로 깔끔하다. 알바이신 지역에서 느꼈던 분주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없고 정숙하다.



그라나다 대학교도 이곳에 있다. 대로와 골목길에 단과대학 건물 간판을 볼 수 있고 학생들의 왕래도 적지 않다.



 그라나다 투우장은 크지도 그리고 작지도 않은 규모로 보인다. 깔끔하다. 입장권 판매 창구에 표를 예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 있다. 가까이 가서 투우 일정을 보니 5월 26일, 29일, 30일, 31일. 6월1일, 2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다. 나는 2001년도에 마드리드 투우장에서 딱 한 번 투우를 보았다. 아주 잘 보이는 곳에서 관람했는데 어떻게 잔인하던지 그 뒤로는 TV로도 투우 경기를 보지 않는다. TV로 보면 소가 칼에 찔려 피나오는 장면이 리얼하게 보이지 않고 흐르는 것 같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면 피가 공중으로 품어져 나오고 소의 허덕거림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 참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로 나는 아무리 문화적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투우 경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스페인에는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우장 1층 외부는 식당이나 카페 등이 있다. 햄버거 식당도 있. 혹시 죽은 투우 고기를 사용해 햄버거를 만들지 않나 싶어서 일부러 들어가 물어 보았다. 그러지는 않는다고 한다. 좋은 송아지 고기를 사용한다고 하네. 내가 물어본 이유는 스페인 식당 메뉴에 '투우 꼬리 요리'가 있기 때문이다. 메뉴판을 자세하게 보다보면 그런 요리가 종종 보인다. 그리고 2000년초 마드리드에 근무할 때 전문적으로 투우 소고기 스테이크를 하는 식당이 있다고 들었다. 가보지는 않았다. 그냥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승전 공원(Parque de Triunfo)’은 도심 속에 잘 가꾸어져 있었다. 어떤 승전인지는 모르지만 공원의 끝 쪽에 있는 승전탑과 분수대가 보기에 훌륭하다. 일련의 학생들이 승전탑 앞에서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마드리드의 ‘무세오 델 하몬(Museo del Jamon)’과 같이 잘 차려진 하몬 전문점이 보여 들어가서 하몬 이베리코(Jamon Iberico) 100 그램을 구입한다. 나오면서 매대를 보니 삼겹살이 있다. 스페인어로 삼겹살을 ‘판세타 데 세르도(Panceta de Cerdo)’라고 부른다. 1킬로에 6.5유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인지 모르겠다. 아내 얘기로는 2000년 초 마드리드에서 살 때 삼겹살이 없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목의 도로와 건물들이 보기에 좋다. 아랍풍의 보기 좋은 건물들은 관공서인 것 같다. 대로변의 주거 건물도 보기가 좋고 부유해 보인다. 그런데 이곳의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많다. 문득 2019년 11월의 그라나다가 생각난다. 그때 도시의 색감이 노랬는데 이것은 은행나무 때문이 아니었을까?  



 호텔로 돌아오는 중에 '타바코스(TABACOS)' 가게에 들어간다. 어느 도시에 가던지 동일한 간판의 이 가게가 곳곳에 있다. 타바코는 담배란 뜻이니 담배를 파는 가게인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내가 맡은 담배 냄새는 매우 다양하고 독특해서 아마 이 가게에서 흡연자의 선호에 맞춰 담배를 제조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가게에 들어가서 한 번 물어볼 요량이다. 그런데 들어가서 진열된 상품과 판매안내판을 보니 의문이 해소된다. 담배는 두 가지 형태로 판다. 하나는 개비 담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봉초 형태로 파는데 각각 여러 가지 향이나 첨가물을 넣어 만든 담배이다. 흡연자는 자신들이 선호하는 향을 찾아 구매한다. 그러니 냄새도 각양각색이고 또 이 냄새들이 함께 섞이니 전체적으로 묘한 냄새가 모든 곳에 배어 있다. 매우 싫다.



 오후 3시경 그라나다 도시 걷기를 이제 마치고 호텔로 복귀한다. 아내는 내일 출발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성격이 급해 모든 것을 미리미리 준비한다. 내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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