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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0.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2)

- 카르타헤나의 고대 로마 흔적 -

 어제는 카라 코르티나 해변에 다녀왔으므로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카르타헤나에 남아있는 고대 로마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로마가 이 지역을 기원전 209년에 점령한 뒤 ‘새로운 카르타고(Carthago Nova)’로 지명한 뒤 이 지역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로마의 세력을 확장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그래서 이 도시는 그 규모에 비해 고대 로마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로마 유적지를 발굴하거나 보수하는 작업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선 ‘포로 로마노 구역(Barrio del Foro Romano)’은 도심에 매우 가깝게 있다. 내가 투숙하고 있는 숙소에서 600 미터 거리에 있다. 이 구역은 담을 세워놓고 안에서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로마의 그것과는 규모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그래도 상당하게 넓은 구역이 발굴되고 있다.



 굳이 ‘포로 로마노 구역’이 아니더라도 돌아다니다. 출입금지 지역이 보여 안을 들여다보면 유적이 발굴 중에 있거나 보수되고 있다. 숙소에서 나와 300여 미터 거리의 언덕을 올라가 보았더니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보수되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볼 수 있다.



 관광객의 흥미가 가장 많은 로마 유적은 ‘로마 극장(Tearto Romano)’이다. 로마 극장은 이미 발굴이 완료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아내와 나도 숙소를 나와 찾아간다. 이 유적은 ‘포로 로마노 구역’에서 가까운 곳에 생각보다 잘 보존되어 있고 상당하게 큰 규모이고 높기도 하다. 위에서 보니 조금 현기증이 난다. 그 주변도 잘 정리되어서 보기가 좋다.



 나는 1990년대 말부터인가 이태리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당시에 너무 재미가 있어서 신작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사보았다. 그 뒤로 로마 역사에 흥미가 생겨 상당한 수준으로 관련 서적이나 잡지를 찾아 읽었다. 그래서인지 고대 로마의 흔적을 보면 항상 반갑다. 


 점심은 도착한 날 저녁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했던 그 식당에 가서 ‘갈리시아 문어요리(Pulpo Gallega)와 파에야를 먹었다. 식사와 함께 상그리아 한 잔을 시켜 아내와 나눠 마셨다. 이 식당은 요리를 참 맛있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점심 후에 숙소에 돌아왔는데 점심때 먹은 샹그리아 때문인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나도 모른 체 소파에 앉아 졸았다.


 오후 7시쯤 산책 겸 숙소에 나와서 광장으로 나간다. 그런데 광장과 그 주변의 도심거리가 사람으로 넘친다. 토요일 오후 저녁에 정말 많은 사람이 나와서 산책하고 먹고 마신다. 우리 부부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도심의 또 다른 광장에는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황혼의 빛을 받아가며 사람들이 모여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우리도 가는 길을 멈추고 한참을 서서 연주를 들었다. 어린이들의 연주도 있다. 또 청년들의 경쾌한 연주도 있다. 아침에 산책할 때 조용하고 적막한 느낌의 광장이 토용일 오후에 이렇게 활기찬 광장으로 변한다.



 9시가 가까운 시간 도로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드럼과 북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문득 낮에 점심을 먹으며 멀리서 보았던 ‘가장 로마 승전 퍼레이드’ 임을 알아차렸다. 낮에는 점식식사를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끝나 아쉬웠다. 그런데 이 번에는 바로 눈앞에서 행군을 하기 위해 대열을 정리하고 있다. 곧이어 나팔 소리와 함께 행군이 시작된다. 카메라의 비디오를 켜고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끝까지 촬영했다. 매우 재미있는 광경이다. 좋은 경험이다. 내일은 알리칸테(Alicante)로 출발하는데 예기치 않게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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