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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19.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1)

- 칼라 코르티나 해변(Playa de Cala Cortina) -

 카르타헤나에 3박 4일 체류한다. 가고 오는 날 빼면 온전한 날은 이틀이다. 이 중 오늘 하루는 칼라 코르티나 해변(Playa de Cala Cortina)에 가 볼 생각이다. 카르타헤나 가까운 곳에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몇 개 있지만 이 해변이 도심에서 가장 가깝다. 그리고 스페인 10대 해변 중 하나라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길이 230 미터 폭 20~ 25 미터의 모래톱을 가지고 있다. 대형 해변은 아니다.


 그리고 해변은 아내가 좋아하니 최우선순위로 가봐야 카르타헤나 모든 일정이 순조롭고 안전하다. 그런데 숙소에서 거리가 4.1 킬로미터로 걷기에 좀 애매하다. 뙤약볕에 왕복 8 킬로미터는 좀 부담이 된다. 대중교통은 없다. 그래서 택시를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아내는 걷자고 한다. 가고 오면서 풍경도 보고...


 숙소를 나와서 걸어가는데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의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늘에 들어가면 기분 좋게 시원한데 햇볕 속으로 나오면 따끈하다. 도심지를 벗어나기 전 도시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보기에 아름답다. 로마 유적지가 도심에서 보이기도 하며 근대에 지어진 대규모 건축물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니 주변의 황량한 산과 바닷가 해안선에 군사시설로 사용되었던 것 같은 버려진 전투 진지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그런데 잉크 빛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아이러니하다. 카르타헤나는 스페인 내전(1936~39) 시기에 프랑코 군에 대적하는 공화파에 속해 마지막가지 치열하게 저항했던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진지들은 그때 만들어져 사용된 것이 아닐까?



 카르타헤나는 3면이 육지인 만 안쪽에 형성되어 있다. 항구는 내륙 어항과 국제물류항만 그리고 스페인 해군 기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부두길 높은 곳에서 카르타헤나를 조망해 보니 이해가 간다. 안쪽의 카르타헤나 도시의 양쪽 해변은 산악으로 군사기지들의 유적이 보인다.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멀리서도 잘 보인다.



 칼라 코르티나 해변에 도착하니 아내가 아주 좋아한다. 크지는 않지만 안정감이 있다면서 반가워한다. 나는 원래 해변에 흥미가 없다. 그런데 아내는 매우 좋아한다.



 점심은 당연하게 해변 식당에서 먹는다. 해산물수프와 모둠생선튀김을 시켜 포만감 있게 먹는다. 바람이 시원해 그늘에 앉아 있으면 약간 서늘함을 느낀다.



 카톡으로 며느리가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손자 노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반갑다. 손자는 며느리 차 속에서 핸들을 잡고 운전 흉내에 집중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통화하는 줄 알면서 의례적으로 손으로 뽀뽀 인사하고 운전놀이를 계속하고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스페인에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즈음 아내의 셀카 실력이 꽤 늘었다. 셀카만 찍으면 입을 꼭 다물고 긴장하던 것이 줄었다. 특히 요즘은 셀카 찍을 때 ‘oo 아’ 하고 손자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실제 그랬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 풍경을 보며 돌아온다. 카르타헤나는 도시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조촐한 아름다움이 있다. 도심도 그렇고 도심을 벗어난 주변지역도 그렇다. 내일을 도심의 로마 유적지 두 세 곳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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