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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1.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3)

- 알리칸테((Alicante)로 간다 -

 어제 오전 숙소에서 나올 때 1층 로비 천정에서 물이 새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는데 숙소가 들어있는 아파트 건물 전체가 단수가 되었다. 낮에는 나가 있었으므로 모르고 있다가 오후에 들어오니 주민들이 로비에서 함께 모여 수도관을 고친다고 한다. 우선 아파트에 들어오는 수도관을 막아 버리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도 단수가 된다. 불편하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데 뭐 고생이랄 것은 없다. 다소 불편했을 뿐이다.


 물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숙소에 더 머물 필요가 없어 두 시간 일찍 버스정류장에 나와 버렸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없다. 적막감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우리 부부만이 있는 것 같다. 버스정류장은 건물이 크고 견고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용객이 많지 않은 탓인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도 없고 티켓창구도 모두 닫혀있어서 물어볼 대도 없다. 손님이라고는 우리 부부밖에 없는 정류장 내 카페테리아 주인에게 물어보니 알리칸테행 버스 플랫폼은 1번 아니면 2번이라고 한다. 시간이 되어 플랫폼으로 내려갔더니 2번이다.


 

 알리칸테까지 3시간 15분 걸리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주행거리는 100 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아마도 여러 군데 들리는 완행버스인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선택이 없었다. 대여섯 군데 소규모 도시들과 마을에 정차한 뒤 알리칸테에 가까워진다. 알리칸테는 해변도시이기 때문에 야자수가 많은데 알리칸테에 가까워지자 통과하는 도시의 가로수들이 모두 야자나무이다.



 알리칸테 바다가 저 멀리 보이는 시점에서부터 주변의 넓은 평원은 염전으로 가득 차 있다. 염전에는  홍학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또 가는 길목에 염전에서 거둔 소금을 정체하는 소금 공장이 보이기도 한다. 즉 천일염을 가공하고 있다. 알리칸테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식당에서 본다. 아내는 소금 맛을 보더니 깔끔하고 단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나도 소금 몇 알을 입에 넣어보았더니 의외로 부드러운 단맛도 숨겨져 있다. 아내는 알리칸테 출발 전에 한 병을 사자고 한다.



 호텔은 해변도로와 50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위치가 최고이다. 짐을 정리하고 내가 걷고 싶었던 해변도로로 나오니 바람이 상쾌하고 도로변에 길게 늘어선 야자수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2001년도 여름에 가족을 데리고 이베리아 반도를 차로 일주 할 때 알리칸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1시간 정도에 머무른 적이 있다. 이때 해변도로가 너무나 보기가 좋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다시 와보고 싶었는데 사실상 그동안 알리칸테를 들르기가 쉽지 않았다.



 카르타헤나에서 아침도 시원치 않게 먹고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버스를 탔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프다. 나는 배고픔을 잘 참지만 아내는 배고프면 짜증지수가 크게 증가한다. 일단 해변 산책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 피자와 스파게티를 주문해 먹었다. 나는 여기에 백포도주 한잔을 마신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포도주까지 마신 탓인지 또 가슴이 답답하고 뒷머리가 무겁다. 호텔로 돌아와서 캔 콜라 하나를 다 마시고 나니 가슴의 답답함이 개선된다. 어쩌다가 맥주 한잔 그리고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면 내가 시달린다. 너무 오랫동안 알코올 음료를 마시지 않은 탓일까? 알 수 없다. 앞으로 여행 중에는 마시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내는 피곤한 탓인지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씻은 뒤에 바로 잠들어 버린다. 내일은 ‘알리칸테 해변’. ‘산타 바르바라 성(Castillo de SAnta Barbara)’, ‘중앙시장(Mercado Central)’을 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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