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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2.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4-2)

- 산타 바르바라 성과 중앙시장 -

 산타 바르바라 성은 자료에 따르면 베나칸틸 산(Mount Benacantil, 166 미터)에 세워졌다. 무어족 왕권이 지배할 때(711~1296년) 건설된 성인데 카스티야 왕국 알폰소 왕이 1248년 12월 4일 이곳을 정복한 뒤 산타 바르바라 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성은 다시 무어족에게 재점령당한다. 그러나 1296년 아라곤 왕국의 하이메 2세가 다시 점령하였다.  


 성 아래 입구까지는 호텔에서 1 킬로미터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올라가다 보니 올라가는 길은 닦여져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무릎이 불편한 아내의 경우 더욱 힘들 것으로 생각되어 중간에서 만난 그늘진 조그만 공원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만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올라가면서 보는 알리칸테 도시풍경도 볼만하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과 조화된 도시 풍경은 시원하다.



 뙤약볕을 받아가며 올라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다 보니 차도가 나있고 승용차와 소형 관광차들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정보도 없이 내가 미련하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산성의 7부 능선까지는 차로 갈 수 있는데 밑에서부터 올라가고 있으니...



 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학생과 청년 관광객들이 많다. 아마 교육상 들리는 것 같기도 한 것이 교사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성문을 들어가서도 성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는데 오르고 내리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역시 아내가 오지 않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본다.



 성에서 내려다본 해안가 풍경은 환상적으로 시원하고 가슴이 확 트인다. 원래 넓은 바다는 사람의 마음을 확 트이게 만드는 것인가 싶다.



 성은 매우 넓고 전투 형으로 견고하다. 또 산이 크지는 않지만 험준한 지형으로 나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9부 능선에서 후퇴한다. 조금 높은 곳에 가면 어지럼증으로 내려올 때 고생한다. 젊은이들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내 나이 또래 배 나온 노인들은 힘들어서 얼굴이 빨개져 있다. 속으로 ‘나이 들면 너나 나나 똑같지 뭐’라고 생각하며 하산한다.



 하산해서 아내와 함께 내려와 3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중앙시장에 간다. 어느 도시에 가나 메르카도가 있다. 전통시장이다. 역사가 꽤 있는 시장인 것 같다. 특히 건축이 훌륭하다. 2019년 11월 발렌시아 여행할 때 본 전통시장보다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경험한 다른 도시들의 그것들 보다는 훌륭하다.


 시장은 1층과 지하층으로 되어있다. 월요일 늦은 오전이어서인지 닫은 가게들도 있지만 꽤 잘되는 시장인 것 같다. 1층은 각종 육류를 파는데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먹는 소꼬리를 포함해 각종 내장도 잘 손질해서 팔고 있다. 그리고 가공육, 보기에 흉한 육류도 판매한다. 하긴 마드리드에서 카요(callo)라고 부르는 수프도 먹어보았는데 우리로 치면 소 내장 탕이다. 내용물이 많아 조금 진했다.



 그리고 가공육도 종류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 하몬을 내일 타라고나 가는 열차 속에서 먹으려고 100 그램 한 팩을 구입한다.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Jamon Iberico Bellota)이다. 하몬(Jamon)은 내가 알기로는 크루도(Crudo), 세라노(Serrano), 이베리코(Iberico), 이베리코 베요타(Iberico Bellota), 이베리코 베요타 파타 네그라(Iberico Bellota Pata Negra), 하부고(Jabugo) 순으로 가격이 달라진다. 조금 달라지는 것인 아니고 배가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가게에서도 하몬 이베리코는 100 그램에 8유로인데 내가 산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는 14유로이다. 그리고 하몬 이베리코 파타 네그라는 28유로이다. 하몬 하부고(Jamon Jabugo)는 하부고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는데 나는 아직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하고 말만 들었다.



 지하층은 과일, 채소류, 견과류 그리고 잡화와 약국, 카페, 선술집 등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생각하면 된다. 아내가 좋아하는 관광지라 내가 꼭 찾아서 들러본다.



 메르카도를 잘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니 앞의 대로가 화사하고 깨끗하며 보기에 좋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알리칸테의 그 느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도로이다.



 다시 야자수 산책로로 나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아내는 먹고 싶었던 홍합을 한 대접 다 까먹은 것으로 전식을 끝냈고 본식은 파에야를 시켜 나눠 먹는다. 나와 아내는 우리 음식을 먹지 않고도 오랫동안 잘 버틴다. 지금까지 한국 식당은 두 번 가본 것이 모두이다. 그래서 가끔 밥을 먹고 싶을 때는 파에야를 시켜 먹는다. 잘 먹고 호텔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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