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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3.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5)

- 타라고나(Tarragona)로 -


 오늘은 타라고나(Tarragona)로 이동한다. 타라고나는 스페인 북서 해변 도시로서 발렌시아 위쪽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아래쪽에 있는 도시이다. 고대 로마제국 지배시기에 카르타헤나와 함께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로마 유적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한 번 가고 싶었던 곳인데 그 위치가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사이에 있어 일부로 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된 것이다.



 타라고나에서 2박 3일 머무른 후에 사라고사(Zaragoza)를 거쳐 북쪽 해변 도시인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이번 여행에서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를 건너뛰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몇 번 가본 도시이기도 하고 출국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관광객이 너무 많은 도시는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리칸테에서 타라고나까지 렌페(Renfe) 기차를 타고 가는데 5시간 15분이 소요된다. 아침 식사는 호텔 주변에서 간단하게 마치고 출발 2시간 전에 기차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기차역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다른 도시(마드리드 포함)들의 기차역 보다 청결하고 질서가 있어 보인다. 앉아서 쉬는데도 부담이 없이 편하다.



 타라고나까지 5시간 15분이 소요되어 1등석을 예약했다. 아내는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좁은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매우 불편해한다. 1등석 자리가 넓고 공간이 있어서 훨씬 편하다고 한다. 2등석과 비용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다.


 아내는 기차가 출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승무원이 음료와 다과를 판매하는 카터를 밀고오자 매우 반가워 하며 ‘커피+도너츠+바나나 칩'을 해치운다. 바나나 칩은 나도 같이 먹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난 뒤 식당 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배가 고프다고 해 식당 칸으로 가서 다시 샐러드를 먹는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말한다.  나는 아내가 여행 중에 잘 먹고 다니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타라고나 기차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목에서 보는 타라고나는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젖었기 때문일까?


 타라고나는 카탈루냐 자치주에 속한 도시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할 때 벌써 ‘카탈란(Catalan)’을 사용한다. ‘카탈란’은 ‘카탈루냐어’이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발음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도로지표도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동시에 사용한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미라클 해변(Playa del Miracle)’이 있다. 짐을 풀어놓고 해변으로 산책을 나왔는데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매우 세차다. 해변의 모래가 날린다. 해변은 넓고 좋은 것 같은데 이렇게 바람이 불어버리면 어떻게 해수욕을 할까 생각하며 해변에서 올라온다.



 점심이 소홀했기 때문에 늦은 점심도 먹고 물도 구입할 겸 구시가지로 나간다. 그런데 1 킬로미터 걷는 동안 카페나 식당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좀 과장하면 한집 건너 식당이 있던 곳을 지나왔는데 이런 경우도 있다. 아내는 배가 고프니 짜증지수가 꽤 오르는 모양이다. 구글이 식당도 찾지 못하냐고 투덜대는데 나보고 하는 소리이다. 결국 식당을 찾지 못하고 슈퍼에 들어가서 물과 몇 가지 먹을 것을 사가지고 돌아온다. 참 황당한 경험이다.


 그렇게 도착 첫날 타라고나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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