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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5.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57)

- 아라곤(Aragon) 왕국의 수도 사라고사(Zaragoza)로 -


 사라고사(Zaragoza)로 가는 버스는 오전 11시에 있다. 아내의 희망대로 호텔에서 나와 택시로 버스정류장에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한다. 타라고나는 기차를 타고 도착했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은 처음이다. 시내에 있지만 호텔에서는 약 3 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호텔과 버스정류장이 함께 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이 크게 보인다. 나름대로 정갈한 느낌을 준다. 사라고사행 버스가 예고도 없이 연착하여 다소 혼란을 겪었지만 별문제 없이 타고 사라고사로 향한다.



 사라고사는 ‘아라곤 자치공동체(La Comunidad Autonoma de Aragon)’의 주도이다. 과거 ‘아라곤 왕국(The Kingdom of Aragon)’의 수도이었다. 사라고사는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기원전 25~11년 사이에 건설하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이베리아 반도 정복을 완성하는 칸타브리아 전투에서 승리한 뒤 참전 용사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이 도시를 건설했다. 그래서 당시 이 도시의 명칭은 ‘아우구스투스황제(Caesaraugusta)’로 불렸다. 중세시대에 무어족 왕국이 지배했으나 1118년 아라곤의 알폰소 1세(Alfonso I)가 몰아내고 왕국의 수도로 삼았다.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드 2세(Ferdinand II)는 1469년 카스티야 왕국(The Kingdom of Castilla) 왕국의 이사벨 1세(Isabella I)와 혼인을 한다. 이 공동 통치자들이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마지막으로 버티던 그라나다의 이슬람 왕국을 축출하고 ‘레콩키스타(Reconquista, 재정복)를 완성하게 된다. 이사벨 1세는 콜럼버스를 지원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바로 그 여왕이다. 


 2008년에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로 국제박람회(EXPO)를 개최하였다.


 타라고나에서 사라고사 가는 길은 해변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처음에는 산악지형이 계속되더니 사라고사 전방 120 킬로미터 지점에서부터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가 이어진다. 밀밭이 넓게 보이기도 하고 푸른 농작물이 경작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스페인 중부 농업지대의 풍경이다.



 3시간 반 정도의 여행 끝에 사라고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그 규모가 매우 커서 놀란다. 그런데 자세하게 보니 기차역과 함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역도 너무 크다. 그리고 매우 청결하다. 역사를 나가서 멀리서 보니 호텔도 함께 있다. 기차역, 버스정류장, 호텔이 함께 있는 건물이다. 그래도 그 규모가 인상적이다.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그런데 5분 정도 달리더니 도착한다. 호텔이 역사 앞에 있는 격이다. 나중에 호텔에서 나와 역사까지 걸어보니 500보가 넘지 않는다. 호텔의 형태와 디자인이 범상치 않다. 무슨 성 같은 느낌도 준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나니 3시가 넘었다. 점심을 거르고 왔기 때문에 아내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호텔 식당도 블레이크 타임에 들어가는 시간이 오후 4시이기 때문에 짐만 방에 가져다 놓고 바로 식당으로 와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를 시켰는데 음식의 수준과 양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매우 잘 먹었다. 그런데 내가 조금 급하게 먹었는지 체한 느낌이 있고 조금 있다가 앞머리와 뒷머리 모두 띵하고 무겁다. 소화제를 복용하고 조금 누워 휴식을 취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슈퍼에 들러서 물을 구입해 호텔로 돌아온다. 아내는 호텔 로비의 바에서 커피 한잔과 타파스를 먹는다. 타파스는 피클을 가운데로 갈라 그 안에 참치를 넣고 참치 위에 안초비(anchovi)라고 불리는 염장 멸치를 올린 것인데 맛있다고 한다. 잘 먹어줘서 고맙다. 


 사라고사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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