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5. 톨레도의 가을(11.6)
아토차 역
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7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기차 편이 있어 렌페(www.renfe.com)를 온라인으로 접속해 서울에서 기차표를 발권했다. 아토차 역에서 기차를 타본 것은 이번이 두 번 째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2001년 초 일까? 발렌시아에 있는 세계적인 도자기 회사 야드로(Lladro) 경영진을 만나러 갈 때 아베(AVE)를 이용했다. 2002년 월드컵 한국 개최를 주제로 해 야드로가 한국 상징 도자기를 만들어 상업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는 공무 중이라 기차 타고 갔다는 기억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유여행이라 역에 일찍 도착해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식물원도 있다. 기차역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어디를 가나 먹는 것은 중요한 모양이다. 역내에 카페도 많고 모두 사람들로 북적인다.
톨레도 왕복권을 발권했기 때문에 역에서는 승차 플랫폼 번호만 확인했다. 플랫폼은 스페인어로 안덴(Anden)이다. 스페인은 기차를 타도 보안검색을 한다. 거의 항공기 탑승 수준이다. 아마도 유럽에 테러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가 된다.
고전미가 물씬한 톨레도 역
40~50 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고전적 분위기의 톨레도 역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역사 내부에서도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톨레도 걸어 올라가기
기차역에서 내려 톨레도 구시가지를 걸어 올라갔다. 톨레도는 많이 가보았지만 기차를 이용해 가본 것은 처음이다. 맑은 햇살과 코끝이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바쁠 것이 전혀 없는 일정이라 마음도 한가롭다. 승용차로 왔을 때 보지 못했던 숨은 풍경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탄천 산책할 때 무릎이 아파 불평하던 아내도 잘 걷는다. 분위기가 다르면 엔도르핀이 도는 모양이다.
톨레도는 걸어서 돌아다녀야 한다. 차를 가져와도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겨우 한 귀퉁이 차지해도 차에서 내려걸어 다닐 수밖에 없다. 중세 도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좁은 골목 길이 미로다. 지도를 들고도 뱅뱅 돈다.
타호(Tajo) 강을 낀 톨레도의 원경이 햇빛을 받아 동화 속 성같이 아련하게 아름답다.
골목길에서 느낀 가을 햇살
톨레도는 그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네모난 긴 돌을 촘촘히 박은 좁은 골목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중세의 도시이다. 톨레도의 주요 관광지는 성당, 광장, 알카사르 성, 높은 언덕에 있는 파라도르(Parador) 등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정작 톨레도 정취는 골목길 풍경에 있다. 지도를 보지 않고 일부로 길을 잃어버린다. 골목길을 헤맨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길과 건물과 빛이 만들어 내는 숨은 풍경 들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내가 앞에서 걷다가 갑자기 당신 좋아하는 골목하고 말해 사진에 담았다. 의외로 좋은 풍경이다.
칼의 도시
톨레도는 칼의 도시이다. 톨레도를 처음 와본 관광객은 골목길마다 있는 작은 전통 상품 가계에서 종류도 다양하게 번쩍거리는 칼을 보게 된다. 톨레도는 칼을 생산하던 도시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무기를 생산하는 지역이니 도시의 중요도가 매우 컷을 것이다. 19년 전 톨레도에서 사놓고 어디에 놔둔지도 몰랐던 주머니 칼을 여행 출발 전에 우연히 찾았다. 칼을 펴보니 말끔하다. 종이가 칼날에 말끔하게 베어진다. 칼을 여닫을 때의 안전장치도 훌륭하다.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들에게 천원을 받고 팔았다. 칼은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미신이 있어 그랬다.
파라도르에서 본 톨레도
톨레도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는 파라도르 호텔이다. 톨레도 성곽을 벗어나 타호 강을 보며 산등성이를 3 킬로 정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과거에는 차로 오곤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 번에는 택시를 탔다. 알 카사르(Alcazar) 성 옆 도로변에 택시 정류장이 있다. 택시비는 약 10유로다.
파라도르 호텔 로비를 지나면 카페테리아가 나오고 카페테리아를 가로질러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정원이다. 이곳에서 톨레도와 외곽의 넓은 평원 그리고 파란 하늘을 보면 가슴이 시원하고 확 트인다.
타호 강이 톨레도를 깊게 감아 흐르고 있다. 지도를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 강은 포르투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타호 강은 톨레도 성을 보호하는 해자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내는 엑스프레소에 곁들여 군것질을 하며 정원에 앉아 풍경을 즐기고 있다. 과거에 자주 왔던 곳이다. 그 때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넓은 풍경과 파란 하늘이 좋단다. 미세 먼지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 탓일까? 아니면 나이 탓 일까?
아내는 한 달 뒤 받는 경로 카드를 무척 기다리고 있다. 나이 들었다는 노인 증명서인 셈인데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아내는 무릎이 아프다고 지하철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귀국하면 지하철만 타겠다고 한다. 돈이 무섭다.
거리의 악사
톨레도 대성당 부근 거리의 악사가 연주를 한다. 기억해 보니 2년 전에도 그는 이 자리에 있었다. 아내가 옆구리를 찌르며 지폐 한 장 달라고 한다. 연주가 끝난 뒤 바구니에 놓고 온다.
로스 트레스 마레스에서 맛본 풀포와 파에야 콘 보가반테
마드리드로 돌아와 지인과 마드리드 살라망카 지역에 있는 트레스 마레스(Tres Mares)란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 만찬을 가졌다. 연락은 하지 않았다. 마드리드 도착 후 페이스 북에 프라도 미술관 사진과 스페인 가을 여행 시작한다는 짧은 글을 올렸는데 아마 이 것을 본 모양이다. 연락이 되어 갑자기 만났다.
이 식당은 전통 있는 식당인데 마드리드 살 때는 몰랐다. 물론 다 알 수도 없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전식으로 나온 조개와 풀포(문어) 요리는 정말 보기도 좋았고 맛도 일품이었다.
새우와 게를 넣어 죽같이 만든 파에야 콘 보가반테(Paella con bogavante)도 비쥬얼과 맛 모두 좋았다. 아들 내외가 연말에 이 곳에 온다니 소개해 주기 위해 식당 명함을 챙겨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