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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28.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61)

- 산 세바스티안 시내 탐방 그리고 콘차 해변 -

 오늘도 날씨가 매우 흐리다. 맑았으면 좋겠지만 할 수 없다.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앞 버스정류장에서 19번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간다. 버스를 타고 콘차 해변이 가까운 기푸스코아 광장 정류장에 내린다. 한 블록 건너가면 산 세바스티안 시청이 보인다.



 기온이 14도이다. 긴팔 셔츠를 입었지만 조금 춥다. 두꺼운 옷을 입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 마드리드에 맡겨놓고 왔다. 그동안 남쪽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더위가 있었는데 북쪽 도시에 오니 기온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도심지가 크지 않아서인지 주요 역사적인 관광지가 모두 가깝게 있다. 오전 중에 큰 어려움 없이 대성당을 포함한 성당 세 군데, 헌법광장 그리고 산 세바스티안 시청사 등을 모두 방문한다.


 산 세바스티안 대성당(Catedral del Buen Pastor de San Sebastian)은 높은 첨탑을 가진 건물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성당에 비하면 작다. 그 역사적 가치는 여행자로서 정보가 없다. 성당 내부는 조촐하다. 바스크 국가의 분위기가 스페인 중남부 지역과는 다르게 정숙한 느낌이 있어서인지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성모 마리아 대성당(Koruko Andre Mariaren Basilika)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성모 마리아 성당 앞으로 난 긴 골목길에서 보면 그 끝에 산 세바스티안 대성당이 있다.



 헌법광장(Plaza de Konstituzio)도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보니 다른 도시의 마요르 광장 같은 곳이다. 그 형태가 사각형으로 주변에 건물과 상가가 들어서 있다. 규모도 조촐하다. 무슨 행사를 준비하고 광장에는 설치가 한참 진행 중이다. 특별하게 볼 것이 별로 없는 관광 포스트이다.



 그러나 이런 관광 포스트보다는 도시가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다. 길거리의 풍경이 정숙하면서도 화려함이 잘 감춰져 있다. 그러니까 뭔지 모르게 웅장하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귀티가 흐른다.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하다. 



 그러니까 결국 산 세바스티안의 하이라이트는 콘차 해변이다. 일품이다. 오늘도 흐려서 그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하지만 햇살이 환하게 빛나면 해변과 그 주위의 풍경은 새롭게 탄생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린 날씨에 보는 해변의 풍경도 또 다른 분위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보는데 지치지 않는다. 



 도시와 해변을 헤매다 점심을 먹기 위해 중국음식점을 구글 앱에서 검색해 가보았더니 그 장소에 없다. 폐업한 모양이다. 지난번에 이번에도 구글 앱에 속는다. 할 수없이 이태리 음식점을 검색해서 가보니 정말로 전문음식점이다. 손님들이 아주 많다. 거의 모두 관광객인 것 같다. 알려진 식당이다. 아내와 나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봉골레 스파게티를 주문해서 먹었다. 가격이 평균 이상이지만 나중에 나온 음식을 보니 가성비가 높다. 잘 먹고 나온다.



 콘차 해변은 흐리지만 어제와 같이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많다. 산책로를 걷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해변에는 몇몇 사람들이 걷거나 노는 수준이다. 비어있다. 



 어제와 같이 해변에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한 사람이 늘어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열심히 그리고 있고 한 사람은 그리는 것을 마쳤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그림을 산책로에서 보고 난 뒤 동전을 아래로 던진다. 가만히 보니 그림을 그린 사람이 동전을 받기 위해 넓은 흰 비닐보자기를 아래에 펴 놓았다. 아내가 내게 동전을 달라고 해서 주었더니 아래로 던진다. 그런데 비닐 보자기에 떨어지지 않고 모래에 떨어진다. 아내가 아래를 향해 ‘미라(Mira!, 여기 보세요!)’하고 큰 소리로 말하니 알았다는 듯 모래에 박힌 동전을 줍고 고맙다고 한다. 내가 찍은 사진 값이다.



해변의 방파제로 사용하는 돌의 규모가 엄청나다. 두부와 같이 자른 저 큰 돌들을 어떻게 운반해서 여기에 싸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 보니 실감이 나지 않지만 정말 크다. 무엇으로 날랐을까?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와서 19번 버스를 타고 호텔로 복귀한다. 버스 참문어 비상구 표시가 되어있는데 먼저 바스크어로 쓰고 그 밑에 스페인어를 사용했다. 스페인어로는 '살리다 데 에메르헨시아(Salida de Emergencia)'인데 바스크어로는 '라리알디에타코 이르테에르(Larrialdietako Irteer)'이다. 이 언어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가만히 청취해 보면 꼭 동양의 언어를 듣는 느낌도 받는다.



 내일은 날씨만 좋으면 콘차 해변에서 발을 물에 담글 생각이다. 이 것 말고 특별하게 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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