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현서 May 30.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63)

- 두 번째 오는 도시 산탄대르(Santander) -

 산탄데르(Santander)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15분에 있다. 그런데 온라인 티켓에서 탑승지점이 이룬(Irun)이라고 적혀있다. 체크아웃하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약 20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택시를 6시 45분에 예약해 놓아 문제는 없지만 당초 시내에 있는 정류장으로 생각했는데 황당하다. 그런데 내가 티켓팅할 때 그렇게 선택했으므로 할 수 없다. 지리적인 정보가 없었던 탓이다. 택시비를 예상보다 많이 지불했다.


 이룬으로 가서 버스를 탄다. 그런데 우리 뒷자리에 스페인 할머니 두 분이 탄다. 아내와 나는 걱정을 했다. 정 말 예상대로 두 분은 작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정말 두 시간 넘게 계속된다. 정말 귀에 부담된다. 이번 여행의 경험인데 스페인 할머니들의 수다는 정말 대단하다.   


 산탄데르 가는 길에 산이 많이 보인다. 북쪽 해변에서 동쪽으로부터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왼쪽으로는 높은 산이 많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낮은 산 그리고 구릉과 평지 또는 바다가 보인다.



 산탄대르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이 도시에 오는 것은 이번이 두 번 째이다. 2019년 11월 가을 여행 때 부르고스(Burgos)에서 며칠 머물며 이곳을 당일치기로 온 적이 있다. 그때 해변의 석양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도시는 휴일이었던지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목에서 보는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활기가 있어 보인다.


 호텔은 익스피디아(Expedia)를 통해 해변과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예약했다. 그런데 택시가 계속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슬슬 걱정된다. 결국 호텔의 위치가 높다. 무릎 불편한 아내의 불평을 또 듣게 생겼다. 그런데 내가 사실 어떻게 호텔의 높낮이까지 알겠는가?


 호텔 방에 넓은 베란다가 딸려 있다. 베란다에 나서니 산탄데르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 풍경이 시원하니 좋다. 위에서 도시 구조를 조망해본다. 해안선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었으므로 해안선에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높아지는 구조아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해서 시내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이 계단과 경사가 있어서 아내가 애를 먹는다. 아내가 여행 중 너무 많이 걷다 보니 무릎에 부담이 커지는 모양이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다.


 점심은 일부러 찾아간 중국 식당에서 대충 맛없이 때웠다. 내 입 맛이 변해서인지 도대체 가는 중국식당마다 실망한다.



점심 식사 후에 해변 쪽으로 나오다 중앙시장(Mercado Central)을 만난다. 재래시장으로 생각했는데 마드리드의 산 미겔 시장과 같이 타파스 매대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그런대로 성황인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관광객인 것 같다.



 산탄데르 해변은 눈에 익숙했다. 해변은 밝은 햇빛을 받아서 풍광이 시원하다.



 해변의 산책로는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고 있고 넓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으며 길 건너 19세기 풍의 건축물은 해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다.



 단, 산탄데르 바다에는 모래사장이 없다. 산책로와 연결된 곳이 바로 깊은 바다이다. 그래서 대형 화물선과 여객선이 들고 난다. 저 멀리 대형 크루즈 선박도 정박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알리칸테에서 본 선박이 아닌가 싶다.



 아내와 이 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산책을 한다. 동양인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지 사람들이 훔쳐보는 것을 느낀다.


 산책 중에 아내가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잔돈이 없다. 지폐를 한 장 달라고 한다. 5유로 지폐를 주었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외롭게 요정 팬터마임을 하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 돈을 놓아주고 뭐라고 말을 한다. 조금 뒤에 사진을 찍어달라고 나를 부른다. 덕분에 눈치 안 보고 사진을 찍으니 다양하게 포즈를 잡아준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안 보인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체크인하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빨리 와서 사진 찍으라고 한다. 크루즈 선이 출항하고 있단다. 베란다로 나간다. 과연 근 크루즈 선이 눈앞에서 조용하게 출항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도 본다.



 오후 8시가 되었는데도 밖이 환하다. 아내가 배가 고프다며 해변 가로 가서 뭐 좀 먹자고 한다. 긴팔 셔츠를 입고 내려갔는데 상당히 으슬으슬하다. 바람도 있다. 해변 가에는 식당들이 테라스를 즐비하게 만들어 영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가 맥주 한 잔에 오징어 튀김을 시켜 먹는다. 나는 알코올이 받지 않아서 아내만 마신다. 그런데 너무 추워서 테라스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대충 먹고 직접 카운터에 가서 지불하고 나온다. 스페인에서는 식당에서 먹고 지불하는 것도 일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일기예보에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는데 걱정된다. 우중에 걸어 다니는 것은 수고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3개월 살이(6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