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몸 상태가 좋지않다 -
오전에 히혼(Gijon)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아내의 몸 상태가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좋지 않아졌다. 저녁 시간에 내가 항상 걱정했던 구토를 시작한다. 아마 점심 때 버거킹에서 닭 튀김고기를 먹은 것이 탈이 난 것 같다. 아내가 구토를 시작하면 3~4일 꼼짝 못하고 들어 누워버린다. 히혼(Gijon)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갑자기 난감하다.
그런데 구토가 한 번으로 그치고 계속되지는 않았다. 다행으로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 한속이 든다며 호텔 침구를 뒤집어쓰고 들어 눕더니 밤 10시가 넘어 일어나서 사과주스 한 모금을 마시고 싶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이틀이 지나서야 물이라도 마신다. 그런데 이 밤에 어데서 사과주스를 구하느냐 말이다. 생각 끝에 호텔 프런트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니 프런트 직원이 호텔 카페테리아를 열어 사과주스 한 컵을 가져온다. 고맙다. 아내는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들어 눕는다.
다행스럽게 아내가 아침에 일어난다. 과거 같으면 구토를 밤새토록 하고 기진맥진해져 일어나지를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아침은 나만 먹고 아내는 빈속으로 히혼행 버스를 탄다.
3시간 20분 여행을 끝내고 히혼에 도착해 호텔에 투숙한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점심 먹기가 애매하다. 일단 시내에 내려와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수프밖에 먹지 못하겠다고 하니 매우 난감하다.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한데다가 아내가 몸이 추워 호텔로 빨리 가자고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퓨전 비빔밥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소금 간이 된 흰밥에 다양한 내용물을 넣어서 비벼 먹는 것이다. 어데서 힌트를 얻은 퓨전 식단인지 모르겠다. 내용물은 참치, 연어, 소고기, 과일, 녹두, 아보카도, 망고 등등 30여 가지가 된다. 아내가 먹어보겠다고 해서 주문을 했는데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밥만 일부 먹고 만다. 너무 먹지 않은 것을 보고 식당 주방장 겸 주인이 포장해주겠다고 한다. 사양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니 주방장은 여행 중에 않됐다면서 우리가 원하면 흰밥을 포장해주겠다고 한다. 아내가 동의를 해서 한 그릇 분량의 밥을 받아온다. 객지에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아내는 호텔에 복귀한 뒤 바로 깊게 잠 든다. 깊게 오래 잠들면 회복하고 있다는 증표이다. 결혼 이후 경험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그랬다. 그러니까 평생 그런 것이다. 병원에서도 위가 민감하다는 얘기밖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고 처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