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일정이 꼬이면 계속 꼬인다 -
산 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스페인 철도공사(Renfe)로부터 메일이 온다. 어떻게 메일 주소를 아냐고? 스페인은 버스나 기차 승차권을 예매할 때 신상정보를 모두 입력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이메일 등은 필수이다.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아주 성가시다.
메일의 내용은 6월 5일 08:14분 산티아고에서 레온(Leon) 가는 열차가 ‘오우렌세(Ourense) ~ 클로디오 키로가(Clodio Quiroga)’ 구간의 공사 때문에 이 구간은 기차로 운행을 하지 못하고 육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산티아고에서 기차를 타고 오우렌세 역에서 내린 뒤 준비된 버스를 타고 클로디오 키로가 역으로 간다. 그다음 클로디오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차로 옮겨 타고 레온으로 가는 것이다.
캐리어가 없는 맨몸이면 약간 번거로움이 있겠으나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무릎이 불편해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하는 아내와 여행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무척 성가신 일이 되고 만다. 캐리어를 기차에 실은 뒤 기차 내부 짐칸에 넣고 빼고 하는 일은 당연한 수고이다. 그리고 도착해서 내리면 되는 데 이 번에는 기차 탄 뒤 한 시간 여 뒤에 오우렌세에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버스 타는 곳까지 가야 하고 경쟁하듯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실어야 한다. 또 한 시간 뒤 클로디오 키로가 역 앞에서 내려 캐리어를 꺼내 기차역으로 이동한 뒤 실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편안한 과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150여 명이 움직이는 혼란 속에서 한다.
그렇게 해서 레온에 도착한다.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정류장으로 이동한다. 먼저 온 영어 사용 여행자들 세 팀이 줄을 서있다. 모두 노인 부부들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도 노인 부부이다. 그리고 우리 뒤로 또 세 팀이 붙었다. 그런데 문제는 택시가 오지 않는다. 우버 택시는 당연하게 없다. 20여분 기다렸는데도 한 대도 오지 않는다.
호텔까지 거리를 측정해 보니 1.6 킬로미터이다. 경로를 보니 크게 복잡하지 않다. 아내에게 걷겠냐고 물었더니 택시 오는 것이 기약이 없으니 걷자고 한다. 아내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오는데 아무래도 힘들어한다. 그래서 캐리어 두 개를 내가 밀고 간다. 등에는 노트북과 카메라 등이 들어있는 묵직한 배낭을 짊어졌다. 그 길을 햇볕 속에서 건널목을 가로지르고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 끌고 가는 자세를 바꿔가며 호텔에 도착하니 진땀이 난다.
체크인하고 씻고 나니 상당하게 피곤하고 뻐근하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짐을 가지고 이동하는데 몸부림친 상황이 되었다. 내가 남보다 체격이라도 커서 다행이다.
저녁이 되어 글을 쓰다가 데스크에 충전 중인 핸드폰을 떨어뜨려 화면에 금이 가버린다. 자세하게 보니 보호 유리 막은 깨졌지만 액정은 온전하다. 다행이다. 핸드폰에 문제가 생기면 여행이 힘들어진다.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힘들고 성가셨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한다. 오늘이 집 나선지 70일이 되는 날이다. 이제 20일이 지나면 여행의 종착지인 집에 도착한다.
하여튼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