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10)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가을

by 기현서

7. 맑고 청명한 마드리드 시내 산책(2019.11.8)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다시 만난 피카소, 달리, 미로


아토차 역 건너편에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있다. 오전 10시 개장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입장했다. 시간이 이른 탓인지 관람객이 많지 않다. 덕분에 쾌적하게 전시장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림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마드리드에 살 때 이 미술관을 여러 번 방문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는 스페인 현대 거장 화가들인 피카소(Pablo Picasso), 달리(Salvador Dalí), 미로(Joan Miró)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ka)는 2층에 전시되어 있다. 이 그림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이 그림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방문해야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로의 알듯 모를 듯한 단순한 그림, 달리의 나른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런데 나도 그렇지만 그림에 큰 관심이 없는 아내도 열심히 보고 다닌다. 신기한 일이다. 과거에는 미술관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다. 어쩌면 이제 마드리드에 다시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럴 것이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나오며 문득 본 내부 정원이 온통 가을빛이다. 너무 아름답다. 문을 열고 나가서 정원 사진을 몇 컷 찍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왕립 식물원 그리고 레티로 공원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나와 왕립 식물원과 레티로 공원을 도보로 이동한다. 청명한 가을 날씨와 맑은 햇살이 무척 정겹다. 차지만 코끝을 상큼하게 해주는 공기도 상쾌하다.


길가 풍경은 깊어가는 가을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바쁠 것도 없기 때문에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다. 아내는 자꾸 손을 잡는다. 나도 모른 척하고 손을 맡기고 걷는다. 마드리드 와서 남편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내의 유대감을 표시하는 걸까?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 평생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안 된다.


마드리드에서 2년 살았음에도 이 두 곳은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 관심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탓이다. 식물원은 일본식 정원같이 잘 정리되어 있다기보다는 일단 어수선해 보인다.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고 생태계가 잘 존중되어 있다. 가을이 조용하게 깊어가고 있다. 차가운 공기 속 햇살도 따스하고 상쾌하다.


도심 속 식물원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오니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또 넓기도 하다. 각종 식물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어 인공적으로 가꾼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 손이 가 있다.


식물원 모퉁이에 있는 기념품 가게 내에 카페테리아가 있다. 엑스프레소 커피 향과 호두를 갈아 넣어 만든 비즈코초가 일품이다. 아주 맛있다.


식물원 건너편에 있는 레티로(Retiro)공원으로 이동한다. 매우 넓은 공원이다. 공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산책한다. 조용한 산책길이 매우 만족스럽다. 노란 낙엽들이 떨어져 있다. 지난 얘기, 자식들 얘기를 나눈다.


알폰소 12세 기념 조형물 앞에 조성된 넓은 호수에서 마드리드 사람들이 노 젓는 보트를 타고 있다. 풍경이 매우 평화스럽다.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나는 공원 밖 식당에서 먹자고 했지만 아내는 호수 옆 카페테리아 식당 메뉴 사진을 보니까 맛이 있겠다며 여기서 먹자고 한다. 그러나 나온 음식은 사진과 달리 질이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더구나 비싸다. 돈을 강탈당한 것 같이 불쾌하다. 아내도 너무 했다고 한다. 자기가 우겨 먹었으니 말은 못 하고 화가 잔뜩 나 있다. 마드리드에서 이런 일도 있다.


베르나베우 레알 마드리드 축구장 내 푸에르타 57에서 만찬


저녁 식사는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전용 축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Estadio de Santiago Bernabeu)의 푸에르타 57(Puerta 57)에서 식사를 했다.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내가 이 곳에서 살 때는 이 식당이 없었다. 물어보니 15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레알 마드리드 구장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음식도 매우 훌륭하다. 해산물 타파스와 하몬 이베리코로 전식을 먹은 후 본식으로 나온 국물이 많은 파에야 콘 보가반테는 아주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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