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11)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8. 마요르카 출발과 도착(11.9)


동네 산책


마요르카로 출발하는 날이다. 비행기는 오후 5시 40분에 출발한다. 체크아웃 시간은 12시다. 시간 관리가 애매하다. 카사 루치아노에서 커피와 곁들인 햄 치즈 크라상과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다소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대로 이면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유모차 밀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이 수다 떨며 오간다. 노상 카페에서 노인들이 담배 피우며 아침 커피를 마신다. 보통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경사진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는 유모차에 탄 어린이가 잔뜩 긴장해서 두 손으로 유모차를 꽉 잡고 있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내려가니 앞으로 쏠린 어린아이가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잔뜩 커져있다. 엄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걷고있는 친구와 잡담을 하며 유모차를 밀고 있다. 아내가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나이든 노인이 손주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한다. 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요즈음 우리 나라도 그러지 않는가. 어디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


사람들이 담요를 무릅에 덮고 노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공기가 냉하고 바람이 부는데도 말이다. 나는 추워서 의자에 앉기도 싫다. 냉큼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가만히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보다 추위에 익숙한 것 같다. 집 구조가 우리 아파트 같이 따뜻하지 않고 항상 냉한 기운이 있다 보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일상생활에서 추위를 우리보다 잘 견딘다.


공항의 보안 검사


마요르카는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이다. 항공권은 출발 전 서울에서 이베리아 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발권했다. 그런데 발권하는 과정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까다롭다. 우리나라 온라인 발권을 생각하면 안 된다. 무슨 차이 때문에 그럴까?


출국장 보안 검사가 철저하다. 유럽은 테러가 있는 곳이라 보안검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 같다.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여행객들은 진땀 난다.


깜빡하고 아이패드를 백팩에서 빼지 않았더니 다시 돌아 나가서 처음부터 검색을 받으라고 한다. 다시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서 검색을 받을 상황이다. 아내는 안쪽에서 영문도 모르고 나를 찾고 있다. 다행히 키가 큰 노인이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끌어당겨 자기 앞에 서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출국장의 하몬 하부고(Jamón Jabugo) 바에서 하몬 샐러드를 먹다


하몬은 스페인 음식 중 별미다. '왕도 하몬과 올리브는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라는 말이 있다. 돼지 뒷다리를 염장 처리한 후 건조한 햄이다. 하몬에도 등급이 있다. 세라노(Serrano), 이베리코(Iberico), 하부고(Jabugo)인데 그 구분 내에서도 또 프리미엄 등급이 있다. 그런데 출국장에 하몬 바가 있다. 하몬 하부고로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어 판다. 홍보형 매장인 것 같다.


그냥 지나칠 아내가 아니다. '여기서 하몬도 파네' 하고 말한다. 간접화법으로 먹고 싶다는 얘기다. 이 말을 무시하면 다른 형태로 짜증 부릴 것이 뻔하다. '먹을래?' 했더니 '살찌니까 아니' 라고 사양한다. '그냥 얘기해 보는 것'이라고. '그래도 운동하면 되지' 하고 이끌어야 현명하다.


아내는 토마토에 하몬 하부고를 올린 샐러드를 나는 하몬을 넣은 바게테(Baguete)를 주문했다. 그것도 프리미엄으로. 내가 바게테 반쪽을 더 먹으라고 줬더니 배부르다고 나보다 먹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것을 냅킨에 싼 뒤 핸드백에 담는다. 마요르카 호텔에 도착하면 인스턴트 닭 수프와 함께 저녁으로 먹겠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다.


만석의 비행기 속 사람들의 수다


비행기는 만석이다. 좁은 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앞 뒤 사람들의 수다가 끝이 없다. 귀가 따갑다. 스페인어 발음도 딱딱한 편이라 중국 사람들 얘기하듯 격하고 시끄러울 때가 있다. 특히 신경이 사나울 때는 더욱 그렇다. 한 시간만 참으면 된다.


아내는 청각과 후각이 매우 예민하다. 혼잣말로 수다가 지겹다고 투덜댄다. 아내는 분당 탄천을 산책할 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때때로 알아듣는다.


자기 목소리도 꽤 큰 편이다. 나는 평생 아내의 톤이 높은 큰 목소리 듣고 살아왔다. 불평을 하면 자기 목소리가 큰 것은 내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 아내 목소리가 조용할 때가 있다. 아플 때다. 종종 위경련으로 2-3일 아플 때가 있는데 그때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러다가 아내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회복하고 있다는 표시다. 이 때는 큰 목소리가 반갑다. '역시 집은 좀 큰 목소리가 나야 활기 차지'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마요르카 일정 시작


오후 7시 넘은 시간에 마요르카 공항에 도착했다. 밖은 캄캄하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니 20여분 만에 아파트 호텔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돌며 도착했다. 조그만 플라자를 앞에 둔 호텔이다.


내부에 들어오니 복층이다. 깨끗하고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다. 1층은 생활공간 2층은 침실과 욕실이다.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복층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두 번째이다. 19년 전 가족들과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여행했을 때 한 번 투숙했다. 넓고 편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도 인상이 깊었던지 지금도 그 호텔을 기억하고 있다.


특별한 일정 없이 마요르카에 왔다. 섬이니 볼 게 무엇이 그렇게 많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휴양지라서 여름이면 해변을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붐비겠지만 지금은 늦가을이다. 나와 아내는 한적한 분위기를 찾아 이 곳에 왔기 때문에 이리저리 산책이나 하며 여유롭게 지낼 생각이다. 그래도 5일은 너무 길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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