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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Jun 06. 2020

언택트 비즈니스 -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옆 골목길에 건물 한동 들어갈 만한 공터가 있었다. 25년 가깝게 그대로 공터이었다. 공터로 있을 때는 쓰레기 투기장이었다. 최근 10여 년 넘게는 1층짜리 가건물을 지어 슈퍼마켓으로 사용하였다. 그 관계로 주변이 항상 어수선하였다.  그러다가 슈퍼마켓도 폐업한 뒤 가건물은 빈 채로 한 2년 흉하게 서있더니 지난해 가을부터인가 주거 빌딩(아파트? 오피스텔?)을 짓는다고 허물었다. 몇 개월 소음을 잔뜩 내더니만 그런대로 6-7층의 반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골목의 어수선함이 사라지고 정리된 느낌이다.


그런데 그 건물 1층에 간판도 없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섰다. 100미터도 되지 않는 골목길과 편도 2차선 도로가 만나는 코너에 바스킨 라빈스가 있는데 웬 아이스크림 가게인가 하고 의아해서 들어갔는데 무인점포이다. 아이스크림도 보통 슈퍼에서 파는 일반 아이스크림이다. 바스킨 라빈스와 차별화되어있다.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외부 전경(아직 간판도 없다)

무인계산대는 이제 한국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점포는 이제 거의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 슈퍼도 계산대의 일부를 무인화하고 있고 동네의 조그만 생계형 음식점도 무인 주문대를 사용한다. 그런데 100% 무인 소매가게는 처음이다. 조촐하다.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다.

                 

무인 가게 입구 계산대
가게 내부 전경 1
가게 내부 전경 2
가게 내부 전경 3
가게 내부 전경 4
가게 내부 전경 5
가게 내부 전경 6
가게 내부 전경 7, 가격 스캔 도구

그러니까 대형 슈퍼나 동네 슈퍼 그리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대만 떼어내어서 무인가게를 차린 셈이다. 문득 COVID 19로 인한 언택트 비즈니스가  떠올랐다. 나는 영국에 소재하고 있는 시장조사 연구기관인 유러 모니터(Euromonitor)에서 최근 COVID19 이후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거의 매일 받아 본다. COVID19 이후 시장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그들의 관점이 관념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럴 것이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동네 골목길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고 갑자기 그것이 현실적으로 바로 느껴져 버린다. '앗! 그렇구나! 곧 변하겠구나!' 하고..   


즉 언택트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이다는 확신이 갑자기 들었다. 그동안 대규모로 집중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서비스 체계가 분화하고 특화되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같이 언택 비즈니스로 쪼개져 확산해가지 않을까?  잘 생각해보면 COVID19로 또 다른 형태의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리고 있는 것 같다.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를 가지고 생각을 너무 확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편의점이나 슈퍼 한 귀퉁이에 배치된 아이스크림 판매대가 독립적인 무인점포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쉽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있다.


며칠 전에 인터넷 포털에서 COVID19 이후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사무실이나 상가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부동산 전망 기사를 읽었다. 비즈니스를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장소인 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소규모의 분산된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로 그 장소가 주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재택근무도 한 몫 하고 ....


비즈니스 형태가 집중에서 분산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소비 행태가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같이 세부적으로 분화되고 다양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IT 기술이 접목이 될 것이고 새로운 언택 비즈니스가 늘어나면 이를 받혀주는 새로운 언택 비즈니스 모델과 지원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자영업이 만들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고용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


골목길에서 만난 조그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고 문득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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