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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Jul 10. 2020

반년 만에 광화문에 나갔다

- 그리고 몇 시간 마스크 착용하니 피로감이 크다 -

# 국민 덕분에


7월 9일 오후 6시경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었다. 아마 반년 만에 와 본 것 같다. 내가 사는 분당 아파트 앞에서 9401번 버스를 타면 도착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 타고 조금 졸면 도착하고 돌아올 때도 내린 곳에서 타니 편리하다. 게다가 9401 버스는 자주 온다.  


사람 만날 때 강남권이면 강남역 주변 그리고 강북권이면 광화문을 선택했다. 설명이 조금 길었다. 그래서 한 달이면 한 두 번 정도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빌딩 1층에 파리 크라상이 있는데 주로 이곳을 점심 약속 장소로 잡았다. 점심 후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를 들러서 책도 구경하고 한 두권 사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이후 만남도 끊어지고 해서 거의 나와보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저녁식사 약속이 생겨 나오게 되었다. 약속을 한 지인 사무실이 광화문 네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려 광화문 네거리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오래간만이라  갑자기 어리둥절하다. 퇴근 때인데도 불구하고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교보문고가 있는 교보생명빌딩에 '# 국민 덕분에'라는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다. 맞는 말이다. 코로나 난국에 국민 모두가 노력해 주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100% 일사불란하지는 않지만 대다수 우리 시민들은 정부의 지침을 자발적으로 말없이 따르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트라우마도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이 번에 국민적 저력이 강하다는 것을 세계 여러 나라에 잘 보여주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새삼스럽게 우리 국민들을 일깨워주었고 높은 자존감을 심어주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한다


집에서 나오며 버스를 탈까 아니면 지하철을 탈까 하고 몇 번 생각하다 갈 때는 버스 그리고 올 때는 지하철을 타자하고 생각했다.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를 탔다.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보니 당연하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과거와 다르게 버스에서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사이 많이 변했다.


광화문에 내려 걸어오다 보니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건널목을 건너가며 마주치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턱스크도 보이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턱스크 문제점을 종종 지적했는데 그 영향 때문일까? 



통행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골목이나 광장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후 6시 반이 다되어가는 시간인데도 말이다. 광장에 집회 시위하는 텐트나 천막도 없다. 코로나 19가 광화문 광장에서 상시적으로 있었던 집단시위도 싹 거두어갔다. 사람들이 모여 항상 무엇을 외치고 있었던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도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깨끗했던 것이다. 내가 조금 어리둥절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리고 텅 빈 식당


저녁 약속 시간은 6시 반이다. 식당은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400여 미터 가면 만나게 되는 흥국생명 빌딩 지하에 있다. 노동자가 망치를 들고 작업하고 있는 큰 철구조물이 있는 건물이다. 


고급 중식당이다. 오늘 식사 모임은 나를 포함하여 3명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식당에 아무도 없다. 썰렁하다. 방으로 안내되었다. 식사 서빙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한다. 요리도 미리 다 나눠서 개별 접시에 준다. 심지어 중국 차도 1인 1 주전자이다. 위생에 신경을 잔뜩 쓰고 있는 것이다. 


식사 후 9시쯤 나왔다. 그런데 식당 홀에 아무도 없고 손님이 들어온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 저녁에 우리 3명이 이 식당의 첫 고객이자 마지막 고객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이 썰렁해진다. ' 아! 정말 어렵구나. 잘 극복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피곤하다


올 때는 지하철을 탔다. 광화문 역에서 5호선을 타고 왕십리로 와서 분당선을 갈아탔다. 지하철 내부에서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다. 집까지 오는데 1시간 반 이상을 마스크를 한 셈이다. 귀 등이 아프다. 집에 들어와 씻고 나니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아내에게 '잠깐 외출하고 난 뒤 이렇게 지치는 것은 나이 탓일까?' 하고 말했더니 아내는 ' 나이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마스크 쓰고 움직였으니 호흡에 문제가 있어 피로감이 더 심할 거다'라고 대답한다. 수긍이 간다. 내 나이도 요즘은 젊은 나이라고 한다지만 예순아홉이다. 몇 개월 지나면 칠순이 된다. 할저씨(할아버지+아저씨)라고 불리며 노인 행세도 못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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