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탄천에 야생 참나리 꽃이 피었다. 운동삼아 산책하는 코스는 편도 4킬로가 조금 넘는데 그 길 목에 약 1.5미터 크기의 참나리 두 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그 참나리들을 탄천 변 풀숲에서 찾아내 인식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찾아 그 주변을 손질한 뒤 조그만 팻말을 달아 놓았기 때문에 알았다.
그 뒤 산책 중 그 곁을 지나며 언제 꽃이 맺히려나 하고 관심 있게 보고 다녔다. 그런데 그들은 초록색 꽃망울만 내놓고 쉽게 피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아이고, 이 꽃은 되게 뜸 들이네' 하고 생각을 했다.
3-4일 정도 되었을까? 산책 코스를 반대 방향으로 바꿔 걸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원래 다니던 코스를 걷고 있는데 멀리서 주황색 참나리 꽃이 활짝 핀 게 보인다. 반가워서 걸음을 재촉했다.
검은 반점이 박혀있는 활짝 핀 주황색 꽃이 화려하다. 야생의 작은 풀꽃만 보다 큰 참나리 꽃을 보니 군계일학이다. 게다가 야생이라서 그런지 힘차고 건강하다.
그런데 당초 두 그루인 줄 알았던 참나리 꽃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탄천 변에 숨어있다가 꽃을 피워야 하니 할 수 없이 들통난 것이다. 크고 작은 참나리들이 꽃을 피워 빼초롬하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 배경에 주황색의 화려함이란.... 오늘은 호사를 누리며 산책했다.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사태는 끝날 줄을 모르고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상황이 하수상한데 탄천의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잘 조화되어 보기가 좋다. 올 들어 계속 하늘은 맑았다. 내가 어렸을 때 당연하게 봐왔던 파란 하늘을 계속 볼 수 있었고 미세먼지가 없어졌다.
또한 탄천의 풍경은 매우 풍요해지고 아름다워졌다. 그래서 산책하는데 지루하지가 않다. 이러한 환경이 계속되면 올 가을 탄천 풍경도 붉고 노란 단풍으로 꽤 화려할 것이다.
참나리 꽃도 그렇다. 내 기억으로 지난해까지 참나리 꽃을 보지 못했다. 올해 처음 본 것이다. 누가 꽃씨를 뿌렸을까? 아니면 바람에 날려왔을까? 아니면 분당구청에서 조경의 일환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 하여튼 오늘은 산책하면서 참나리 꽃을 찾아보고 사진 찍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우 즐거웠다.
앞으로도 피지 않은 망울들이 있어 며칠 더 필 것이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