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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Nov 08. 2020

뜻밖의 제주 가을 여행(1)

- 아들 내외의 갑툭튀 효도 프로젝트 -

아들 내외의 갑작스러운 방문


10월 24일(토)인가 25일(이)인가 명확하지 않다. 아들 내외가 갑자기 찾아뵙겠다 하고 방문했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살지만 시도 때도 없이 무작정 방문은 서로 하지 않고 사는 편이다. 그런데 아들이 잠깐 들리겠다고 전화 연락하고 바로 왔다.


간단한 다과를 하는  며늘아기가 ' 아버님, 어머님 코로나로 많이 답답하셨을 텐데 제주도 여행 며칠 다녀오시라'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젊어서부터 눈치 없고 둔한 나는 ' 탄천 산책하며 지내는 것도 좋은데 여행은  ~~  들고~~ 특히 제주도 밥값, 호텔값 비싸고~~ 3  제주도 며칠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국내 풍경은    거고~~' 등등 끝도 없는 부정적인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눈치 빠른 아내는 그만 하라고 발끝으로  발을 두세  건드렸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입은 계속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며늘아기가 '아버님은 국내여행은 싫어하시니까 앞으로 아버님은 집 보시고 어머님만 모시고 가면 되겠네요' 하면서 제주여행 건을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그제야 앞 뒤 사정을 이해하고 아들 내외가 간 뒤 아내의 원망에 시달릴 일이 떠올랐다. 체면상 조금 그렇지만 나는 갑자기 말을 바꾸어 '그렇다는 거지 네 시어머니가 여행을 워낙 좋아하니 나는 따라다니면서 도와주기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며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비행기, 호텔, 차량 렌트 다 예약 지불하고 연락드리겠다고 한다. 맛집도 소싱해서 알려드리겠다고 한다. 최소 4박 5일 정도 다녀오시라고 해서 3박 4일이면 충분하다고 한 것도 나이다. 애들이 가고 난 뒤 아내는 나의 눈치 없음을 나는 잊어버린 과거 사례까지 들먹거리며 핀잔을 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래도 싸다. 아들 내외가 우리 부부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큰 맘먹고 효도 프로젝트를 가져왔는데 눈치 없이 김새게 만들었으니 내가 그 긴 직장생활을 이러한 눈치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해왔는가 싶다.


용돈 50만 원


26일 월요일 며늘아기가 비행기, 호텔, 렌터카 예약 내용을 PPT로 편집해서 보내주었다. 주요 맛집 리스트는 구글맵으로 편집해 메시지로 보내주고... 그래서 아내에게 '밥값만 들면 되겠네' 하고 말했다.



27일 출발 전 날 오후 늦게 아들 내외가 다시 들른다고 한다. '장기 해외여행 가는 것도 아닌데 인사하러 올 것 까지 있나~? '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늘아기가 잘 다녀오시라며 아내에게 봉투를 드린다. 간 뒤에 열어보니 50만 원이 들었다. 밥값이다. 밥값으로는 너무 많은 돈이다.


그러니까 몸만 다녀오라는 수준의 여행 프로젝트다. 그렇게 아들 내외가 기획한 '뜻밖의 제주 가을여행 효도 프로젝트' 차에 올라탔다.


신화 월드 서머셋 호텔 투숙


비행기는 만석이다. 공항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 그리고 코로나 19 상황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고 관찰해 보니 젊은 사람들 커플이 많다. 또 젊은 사람들 가족 여행도 꽤 있고... 그제야 ' 아~ 신혼 여행자들이 꽤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으니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많이 찾는 것이다.


렌터카 회사에서 2~300킬로 정도 운행한 K5 신차를 인수받았다. 신차라 오히려 부담된다. 며늘아기가 보험을 최고 수준으로 들어놓았으니 부담 느끼지 말라고 얘기는 해주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서귀포 시까지 운행해 신화 월드 서머셋(Somerset) 호텔에 투숙했다. 3년 전 제주에 왔을 때는 중문 하얏트 호텔에 투숙했다. 그런데 전체 호텔 규모가 매우 크다. 타운하우스 형태의 호텔인데 넓은 지대에 퍼져있어 번지수를 모르면 길을 잃어버린다. 카리브 국가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카사 데 캄포(Casa de Campo) 골프호텔이 있는데 풍광은 다르지만 타운하우스 식 호텔은 그때 이후 처음이다. 깔끔하고 바닷가 산책하기에도 좋다.


호텔 방 수준도 대가족 수용이 가능하도록 되어있고 매우 넓다. 가구와 비치된 가전제품들이 모두 최고 수준이다. 취사가 가능하고 호텔 내 편의점 시설이 있다.


투썸 플레이스 카페도 있다.


이렇게 제주도 3박 4일 '뜻밖의 가을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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