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와 사람들이 정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멕시코, 중미, 카리브, 남미 국가들을 모두 포함한 중남미 영토는 20.1 백만 평방킬로미터로 전 세계 면적의 1/5을 차지하고 있고 인구는 642 백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두 배이다.
중남미에는 영국, 화란, 프랑스 등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주류 국가들과 동일한 지리적 영역에 속해 있지만 문화적, 사회적,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차이점이 많다.
인종적, 사회적 구성과 이에 따른 계층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1492년 콜럼버스가 미주대륙에 도착했던 시기에 인디오 원주민들은 멕시코, 중미, 남미 안데스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주류사회에 충분히 동화되거나 통합되지 못해 정치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될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인디오 원주민 인구비중은 역내 전체 인구의 10.4%이다. 식민지 시대에 대규모 광산과 농장이 경영되며 아프리카로부터 유입된 흑인들의 인구 비중도 5.5%에 이르고 있다. 역내 개별 국가별로 백인, 인디오 원주민, 흑인, 메스티소 등 혼혈인 그리고 여기에 새롭게 유입된 아시아인들 간에 크고 작은 수준의 인종 간 긴장이 잠재되어 있다.
중남미 역내 국가들의 경제상황과 발전전략도 국가의 지리적 영토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서로 다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는 광대한 농경지를 가지고 있어 농업과 축산업이 경제의 기반이었고 멕시코,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칠레, 베네수엘라 등은 광물자원과 석유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개발이 실행되었다.
한편 상대적으로 농경지와 광물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 못한 남미의 볼리비아, 파라과이, 에콰도르, 중미 국가, 카리브 도서 국가들은 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기준에서도 빈곤 국가군에 속해 있으며 이 결과 정치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초기 중남미 사회계층은 기본적으로 이베리아 반도 출신의 소수의 백인 계층으로 이루어진 상류계층과 인디오 원주민, 흑인 노예, 농민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하류 계층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가 이어지며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와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Mulatto)가 나타나면서 인종 간 계층이 다양하게 형성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중간 계층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중남미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계층에 기초한 봉건주의적 유산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19세기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20세기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비즈니스와 상업, 정부 관리, 전문인 영역 등에서 새로운 사회계층이 형성되며 기존의 양극화된 계층 사이를 메꾸어 가기 시작했다. 다만 새로운 계층은 기존의 대농장을 소유한 백인 상류계층의 보수적 입장을 선호하며 노동을 경멸하고 인디오 원주민, 농민, 여성, 지역공동체 주민 등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하류 계층과의 관계를 멀리했다.
1950~60년대 들어 인디오 원주민, 농민, 도시빈민 등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이 시작되며 정치화되자 기득권 세력들은 초기에 회유와 협박에 기초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해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기타 소수자들의 세력이 성장하자 기존의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전략은 힘을 잃어갔다.
현재의 중남미는 과거보다 크게 다원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진 사회가 되었다.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기득권 세력과 여기에 동조하는 20~50%의 중간층 세력이 역내 정치 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확산되면서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하류 계층의 세력화는 중남미 정치 환경에 새로운 도전으로 등장했다.